[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갈등으로 시작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정면승부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9일 안 전 대표는 사흘째 칩거 중이고, 주승용·이종걸 등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또는 최고위 불참 선언이 나왔다.
이날 당내 분위기는 훨씬 다급해진 모양새로 현 사태를 타개할 대안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급부상했다. 여러 계파에서 한꺼번에 비대위가 제안된 만큼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과 두 사람을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대표직 사퇴를 전제로 한 것인 만큼 문 대표의 중대 결단이 임박해진 상황이다.
이제 문 대표든 안 전 대표든 어느 한쪽에서 비대위를 제안하고 또 한쪽에서 수용한다면 두 사람의 이별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문 대표가 혁신위를 만들 때부터 계파 간 나눠먹기는 안된다고 못을 박아온 만큼 최종 비대위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문 대표에게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고 연쇄적으로 일어날 분당 사태를 막을 의지가 크다면 비대위를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숱한 요구에도 당권을 쉽게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볼 때 강력한 동기가 없는 한 문 대표가 버틸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 ‘악마’로까지 표현되는 패권정치를 뼈저리게 겪어본 안 전 대표의 선택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6일 안 전 대표의 마지막 기자회견 이후에도 문 대표는 대안을 찾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비대위 구성은 당내 주류의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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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갈등으로 시작된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정면승부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9일 안 전 대표는 사흘째 칩거 중이고, 주승용·이종걸 등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사퇴 또는 최고위 불참 선언이 나왔다./사진=미디어펜 |
따라서 만약에 문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고 비대위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순간의 봉합 수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새정치연합 비주류들의 반발이 거세진 것은 친노의 패권정치에 있다. 주승용 의원이 최고위원직 사퇴 기자회견에서 ”악마는 당을 분열시키고 파벌·노선 싸움을 한다“고 말한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국무위원 출신들과 ‘86’이 주축이 된 친노세력은 자기 색깔이 분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당분간 대표주자를 바꿀 의향도 없어보인다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문 대표가 비대위를 수용한다면 또 다른 패권 전략이 수립된 다음일 것이고, 당내 패권 다툼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당 내부를 잘 아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번에 안 전 대표가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하기까지 겪어온 파란은 사실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은 물론 당내 주류들에게도 뜻밖의 일이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런만큼 안 전 대표의 주장이 나올 때마다 문 대표와 주류들의 반발도 거셌다. 반발 정도가 아니라 독설에 가까운 날선 반응이 쏟아지면서 갈등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
대표적으로 당 혁신위원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지난 10월 안 전 대표가 처음으로 문 대표와 각을 세우자 “지난 대선 때 반향을 일으켰던 이른바 ‘안철수 현상’은 끝났다”며 “‘국민의 안철수’가 ‘비주류의 안철수’가 됐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 교수는 “눈에 힘 주고 거친 말투를 쓴다고 리더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안 전 대표가 지구가 아닌 화성에 있는 것 같다”며 빈정거렸다.
문 대표도 혁신안 비판에 대해 “새누리적 사고방식”이라는 거침없는 표현으로 안 전 대표를 몰아세운 일이 있다. 당시 안 전 대표는 “해선 안될 말”이라며 분노했다.
돌이켜보면 처음 새정치연합의 혁신위가 만들어질 때 내세운 말은 ‘육참골단’, 안 전 대표가 혁신안을 비판하며 내세운 말은 ‘낡은진보 청산’이었다.
당이 파국으로 치달을수록 그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주고받은 발언이 독했던 사실이 방증하듯 안 전 대표의 반발은 문 대표와 친노가 걸어갈 길에 큰 걸림돌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한마디로 당 혁신을 내세워 크게 물갈이를 계획했던 문 대표에게 있어 맞수는 당 내부의 또 다른 대권주자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정부가 여당 대권주자를 상대로 칼을 휘두를려고 할 찰나 계파갈등이 고개를 들었고 뜻밖에 '안철수의 뒷심'이 비주류의 목소리를 키웠던 것이다. 지금 분당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파국을 겪고 있지만 친노 입장에서는 수습 의지보다 부글부글 끓는 분노가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두달만이라도 화합하자”는 말도 나오지만 이제 와서 비대위가 결성되어도 이번 패권다툼이 남긴 상처가 큰 만큼 후유증도 오래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