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은 줄여도 수출은 확대…중국 감산의 ‘착시 효과’
2017년 실패한 전례 재현 우려…글로벌 공급 과잉 여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중국이 최근 철강 감산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글로벌 철강 공급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나온다. 감산에도 불구하고 국내 시황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고, 중국 철강 수출이 크게 줄어들기 힘든 구조적인 공급 과잉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 고망간강 후판공장 제품./사진=포스코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철강산업 생산능력 교체 이행방안(초안)’을 공개하며 과잉 생산 억제와 환경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한 감산 기조를 재확인했다. 

노후 설비 정리와 고부가 제품 중심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중국 정부는 2025~2026년을 기점으로 철강 산업의 질적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입장도 반복적으로 밝혀왔다.

실제 단기적인 생산 감소는 일부 확인됐다. 세계철강협회(WSA)가 발표한 월간 통계에 따르면 해당 정책 이후 중국의 11월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4.6% 감소한 7350만 톤을 기록했다. 환경 규제 강화와 내수 부진이 맞물리며 감산 압박이 일정 부분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과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생산량 감소가 곧바로 글로벌 공급 축소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내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인프라 투자 둔화로 내수 철강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감산으로 줄어든 물량 이상의 잉여 물량이 해외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수출 통계는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해관총서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까지 중국의 철강 수출 누계는 약 1억777만 톤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다. 감산 기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철강사들이 해외 시장으로 물량을 적극 전환하며 글로벌 공급 압박은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생산을 줄인다고 해도 이미 중국 내에는 상당한 잉여 물량이 누적돼 있다”며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자연스럽게 수출로 전환되면서,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체감되는 공급 감소 효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업계가 중국의 감산 정책을 쉽게 신뢰하지 않는 데에는 과거 사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2017년 중국 정부는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을 중심으로 난방 시즌 동안 제철소 가동률을 50%로 제한하는 강도 높은 환경 감산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에는 공급 축소 기대감으로 철강 가격이 급등했고 시장 전반에 구조적 감산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2017년 중국의 연간 철강 생산량은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소규모·노후 제철소는 퇴출됐지만, 대형 국유 제철소와 경쟁력 있는 민영 철강사들이 생산을 확대하면서 전체 공급량은 줄지 않았다. 감산 정책이 산업 재편에는 기여했지만 글로벌 공급 축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이에 이번 감산 정책 역시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비 자체를 철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동률 조정과 품목 전환 중심인 만큼 수익성이 유지되는 한 언제든 생산을 재확대할 수 있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특히 수출 채널이 열려 있는 상황에서는 내수 부진이 곧바로 해외 공급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업계에서는 중국의 감산 방침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감산 발표 → 가격 반등 기대 → 실제 물량 유지 또는 수출 확대’라는 패턴이 재현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주요 철강 생산국들은 중국발 물량 압박과 가격 하방 압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수출이 줄어들더라도 국내 시황이 이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 몫 한다. 조선 등 일부 호황을 맞고 있는 산업도 있지만, 대표적인 후방 산업인 건설 경기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중국산 철강 제품은 대부분 건설용인 만큼 체감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감산은 글로벌 공급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국내 산업 구조 조정과 시장 질서 관리 성격이 강하다”며 “내수에서 소화되지 못한 잉여 물량이 수출로 전환되는 구조는 당분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