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 면제 2주간 31만명 이탈… SKT 사태 약 두배 규모
경쟁사 공격적인 마케팅 등 영향 커… 신뢰 회복 나선 KT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KT의 위약금 면제 기간이 마감된 가운데 2주 간 약 31만 명의 고객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급 적용 대상까지 포함하면 약 66만 명이 위약금 환급을 받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규제 당국의 소극적 개입 등이 가입자 이동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KT는 정보보호 투자 확대 등의 조치를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 서울 강서구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전날까지 위약금 면제 정책을 시행한 기간 동안 이탈한 가입자는 총 31만2902명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2만2000명 꼴로 이탈한 셈이다. 

이탈 고객 가운데 상당수는 SK텔레콤(SKT)으로 이동했다. KT를 떠난 가입자 중 SKT로 이동한 비율은 64.42%(20만1562명)에 달했으며 LG유플러스로는 22.41%(7만130명), 알뜰폰으로는 13.17%(4만1210명)로 나타났다.

이번 이탈 규모는 지난해 SKT 유심 해킹 당시 약 16만6000명이 이탈한 것과 비교해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KT가 위약금을 환급해야 할 대상은 약 6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KT는 지난해 9월 1일부터 12월 30일 사이 해지한 고객에게도 위약금을 소급 환급하기로 했는데, 이 대상이 약 35만 명이다. 여기에 위약금 면제 시행 이후 이탈한 31만여 명을 더하면 전체 환급 대상은 약 66만 명 규모에 이른다.

◆ "보상안에 '요금 할인' 빠져… 보조금 대란 등이 대규모 이탈 원인"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이탈의 배경으로 KT가 제시한 보상안에 대한 아쉬움을 꼽는다.

앞서 KT는 지난달 30일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발표 이후 위약금 면제를 포함한 고객 보상안을 공개했다. 보상안에는 △6개월간 매달 100GB 추가 데이터 자동 지급 △로밍 데이터 50% 추가 제공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6개월 이용권 지급 등의 혜택이 담겼다.

다만 통신 요금 할인 등 핵심 내용이 빠지면서 위약금을 면제를 계기로 다른 통신사로 이동하는 선택을 한 고객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추가 데이터 제공의 경우 무제한 요금제를 이용하는 다수 가입자에게는 체감 혜택이 크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기간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입자 이동을 부추겼다. 통신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보조금을 상향했고 SKT의 경우 지난해 위약금 면제 당시 이탈했던 고객을 대상으로 재가입 시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복구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보조금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유통 현장에서는 갤럭시 S25, Z플립7 등의 물량 부족 현상도 나타났다. 주말 예약 물량이 평일 개통으로 몰리며 대규모 번호이동이 발생했고, 이에 한때는 전산 장애까지 발생하는 등 시장 혼란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시장 경쟁 과열 양상에도 불구하고 규제 당국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의 개입이 소극적이었다는 점도 거론됐다. 방미통위는 지난 7일부터 현장 점검에 나섰지만, 허위·과장 광고 여부 확인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에 단통법 폐지 이후 과열된 시장을 관리할 새로운 감독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금 할인 등 체감도 높은 보상이 빠지면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라며 "경쟁사 마케팅과 맞물리면서 이동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과열을 관리할 기준이 함께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 정보보호 투자 강화로 신뢰 회복 나서는 KT

KT는 이번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위해 우선 정보보호 투자와 보안 체계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KT는 향후 5년간 1조 원 규모의 정보보호 투자를 통해 제로 트러스트 체계 확대, 통합 보안 관제 고도화, 접근 권한 관리 강화 등 핵심 보안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해킹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선 전사 차원의 '정보보안 혁신 TF'를 출범하고 보안관리 체계 전반을 재정비한다. 

아울러 CISO(정보보안 최고책임자)를 중심으로 한 보안 책임 체계를 강화하고 경영진과 이사회 차원의 정기적인 보안 점검 및 보고 체계도 고도화한다.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한 정기 점검 및 모의 해킹도 병행할 예정이다.

한편 KT는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KT 홈페이지와 고객센터, 전국 KT 매장에서 환급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 9월 1일부터 전날까지 KT 가입을 해지한 고객이 대상이다. 

환급은 해지일과 신청일에 따라 오는 22일, 다음 달 5일, 19일 등 세 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신청 기간 내 미신청 고객에게는 세 차례에 걸쳐 개별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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