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건설 사례로 본 재개발·재건축 현장의 경쟁 포인트 변화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미분양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가 건설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는 경쟁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분양 성적이나 수주 규모보다 공사 과정에서의 관리 능력과 민원 대응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는 모양새다. 

   
▲ 업계는 15일 서울 도심 건설시장의 기준이 수주 규모에서 공사 관리 능력과 민원 대응 여부로 바뀌고 있다고 판단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5일 업계에 따르면 DL건설은 최근 서울 중구 서소문구역 제10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현장이 ‘서울형 친환경공사장 이행평가’에서 우수공사장으로 선정되며 현장 관리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번 사례는 단순한 수상 소식을 넘어, 서울 도심 건설시장에서 요구되는 경쟁력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 건설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PF 정리, 미분양 장기화, 신규 수주 감소다. 다수 건설사들이 재무 안정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보다는 선별 수주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 도시정비사업 현장은 이러한 거시적 불황 흐름과는 다른 경쟁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사업 기간이 길고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공사 과정에서의 변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산먼지와 소음, 공사 차량 운행 등 현장 관리 문제는 곧바로 주민 민원으로 이어지며, 이는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 부담으로 직결된다. 이로 인해 조합과 발주처는 시공사의 분양 실적이나 브랜드 인지도보다 현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환경 관리 수준은 서울 도심 공사장의 관리 능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시행 중인 ‘서울형 친환경공사장’ 제도는 법적 기준보다 강화된 비산먼지 억제 기준을 적용하고, 저공해 건설기계 사용 등을 유도하며 도심 공사장의 환경 관리 수준을 평가하는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친환경 여부가 단순한 이미지 요소가 아니라 사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관리 역량의 지표로 작용하는 셈이다.

DL건설의 사례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해당 현장은 강화된 비산먼지 관리 기준을 적용하고, 공사 차량 관리와 실시간 미세먼지 관제 등 체계적인 운영 방식을 통해 도심 공사장에서 요구되는 관리 기준을 충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잘 짓는 건설사’에서 ‘문제를 만들지 않는 건설사’로 경쟁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는 이러한 기준 변화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인구 구조 변화로 분양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사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현장 관리 능력이 건설사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 도심 정비사업에서는 안정적인 현장 운영 실적이 향후 추가 수주와 조합 신뢰 확보로 직결되는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 내부에서도 현장 관리 시스템과 인력에 대한 투자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거 공정률과 원가 관리 중심의 현장 운영에서 벗어나, 환경·안전·민원 대응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전환되는 모습이다. 도심 사업일수록 이러한 관리 역량의 차이가 사업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미분양과 PF 이슈가 산업 전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서울 도심 건설시장은 다른 논리로 재편되고 있다. 수주 경쟁의 무게중심이 양적 확대에서 질적 관리로 이동하면서, 건설사 간 경쟁 구도 역시 조용히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 도심에서는 분양 성적보다 공사 과정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현장을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관리 능력을 입증한 현장이 결국 다음 사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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