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차익은 늘었지만… 강달러, 업황 반전의 열쇠는 아
교역 둔화·물동량 감소 압력 속 ‘환율 방패’의 한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원·달러 환율이 1400원 중반대까지 올라가면서, 사실상 고환율이 ‘뉴노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해운업계 안팎에서는 강달러가 단기적으로 실적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동시에 환율 효과에 대한 과도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환율 상승이 회계상 이익을 키우는 데는 유효하지만 글로벌 교역 둔화 국면에서는 업황 반전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HMM의 컨테이너선./사진=HMM 제공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누적 기준 HMM의 외환거래이익은 584억 원으로 전년 동기(481억 원) 대비 약 100억 원 증가했다. 팬오션 역시 지난해 3분기 외환차익이 180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운사들의 외환 관련 손익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이 같은 환차익 발생 배경에는 국내 해운사들의 독특한 수익·비용 구조가 있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운임 수입은 대부분 달러로 책정되며 선박 용선료, 연료비, 항만 비용 등 주요 영업비용 역시 달러로 결제된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달러 기준 매출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회계상 매출과 이익이 확대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선복 공급 과잉과 운임 약세 국면에서도 강달러 환경이 일정 부분 실적 하방 압력을 상쇄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어들이는 돈과 지출이 모두 달러인 구조라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실적 방어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며 “특히 운임이 정체된 상황에서는 환율 효과가 체감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환율 효과는 본질적으로 ‘방어적 성격’에 가깝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환차익은 환율이 상승하는 구간에서 일회성으로 발생하는 성격이 강해 환율이 고점에 고착될 경우 추가적인 이익 개선 여력은 제한적이다. 오히려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환헤지 비용 증가와 재무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강달러 국면이 글로벌 교역 둔화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질수록 신흥국을 중심으로 수입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이는 곧 교역량 감소와 물동량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대 금융그룹 중 하나인 HSBC는 최근 “관세 면제나 인하가 이뤄지지 않은 부문에서 미·중 회랑을 따라 무역 거래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히며 강달러와 관세 정책이 실물 교역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입국 입장에서는 같은 물량의 화물을 들여오더라도 자국 통화 기준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기업들이 주문량을 줄이거나 재고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해운사들이 환율 효과에 안주하기보다 보다 구조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선박 퇴출과 선복 조절을 통한 공급 관리, 장기 운송 계약 비중 확대를 통한 운임 안정화, 특정 노선이나 화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이 대표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강달러는 단기적으로 실적을 지켜주는 방패가 될 수는 있지만 글로벌 교역 환경 변화 앞에서는 그 한계가 분명하다”며 “결국 경쟁력의 핵심은 환율이 아니라 물동량과 운임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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