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에 건설사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며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원전·신재생·플랜트·AI·데이터센터 등 새롭게 파고드는 분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미디어펜은 병오년 새해를 맞아 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SK에코플랜트 등 그동안 사업 다각화 행보가 뚜렷하게 보인 6개 건설사를 선정, 그동안의 체질개선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의 전략을 조망해 본다.[편집자주]
▲[건설 新먹거리 지도②] 현대건설, 에너지 대전환 '선봉장'에 서다
현대건설은 업계 안팎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는 건설사다. 불황의 파고를 넘어 실적 반등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에너지 분야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는 전략적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건설 산업의 지형이 재편되는 '구조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잠정 신규 수주액 25조5151억 원을 기록, 국내 건설업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전년 대비 39% 증가한 수치로, 단일 건설사 기준 연간 수주액이 25조 원을 넘어선 것은 현대건설이 처음이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에서만 10조 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따내면서 사상 첫 '10조 클럽'에 입성했다. 종전 최대 기록 역시 2022년 현대건설이 세운 9조3395억 원으로, 불과 3년 만에 스스로의 기록을 다시 갈아치운 셈이다.
해외에서의 존재감도 한층 강화됐다. 2024년 10위권 밖이던 해외 수주 순위는 지난해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액 472억7000만 달러 가운데 42억8852만 달러가 현대건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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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 연도별 수주 실적./사진=현대건설 |
◆ '에너지 전환 리더' 전략, 실적으로 증명하다
이 같은 성과 배경에는 현대건설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에너지 전환 리더(Energy Transition Leader)'라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 에너지 산업 전반을 차세대 핵심 먹거리로 낙점했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글로벌 흐름에 맞춰 에너지 생산부터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에너지 관련 수주 규모를 7조 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도 함께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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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이 준공한 수전해 기반 수소 생산기지 전경 모습./사진=현대건설 |
국내에서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빠르게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국내 대표 태양광 EPC 기업 탑솔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수주 경쟁력을 강화했다. 협력 범위는 사업 개발, 운영·관리(O&M), 투자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어 7월에는 대한태양광발전사업자협회, 굿뉴스에너지와 태양광 발전 PPA 공급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재생에너지 전력 거래 구조 구축에도 나섰다.
'신안우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에도 참여한다. 전남 신안군 우이도 인근 해역에 390MW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총 공사비 2조6400억 원 중 현대건설 계약분은 약 6684억 원이다. 에너지 분야 포트폴리오 전환이 실질적인 수주 성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 중 하나다.
◆ '원전 대장주'의 귀환…글로벌 무대 정조준
해외 시장에서는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이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는 2035년 1653조 원, 2050년에는 발전용량 기준 890GWe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최대 550기의 신규 원전 건설이 예상되는 '슈퍼사이클' 시대를 맞은 것.
현대건설은 고리 1호기부터 UAE 바라카 원전까지 약 50년에 걸친 대형 원전 시공 경험을 보유한 국내 대표 원전 건설사다. 축적된 기술력과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글로벌 주요 국가들의 유력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해외에서는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 대형 원전 4기 기본설계 △핀란드 신규 원전 사전업무 계약 등을 체결하는 결실도 맺었다.
국내외에서 잇단 수주 성과를 내면서 뉴에너지 사업 부문 성장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뉴에너지 사업 부문은 원전, SMR을 비롯한 에너지 사업을 포함한다. 현대건설의 뉴에너지 사업 부문 매출은 △2023년 6조5691억 원 △2024년 6조8304억 원에서 전년 3분기 7조2313억원으로 상승했다. 매출 비중은 2023년 21.6% 수준에서 3분기 32.2%까지 올랐다.
조직과 인적 기반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마이클 쿤 전 웨스팅하우스 부사장을 영입해 원전 사업 전담 역량을 보강했고, 조직 개편을 통해 △양수발전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SAF △수소·암모니아 등 미래 핵심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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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UAE 원자력공사가 '원자력 에너지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사진=현대건설 |
◆ 'NEXT 10년'을 향한 포석
포트폴리오 재편 효과는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친원전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주 환경이 더욱 우호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대형 원자로 10기를 착공하고,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40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난 5월 원전 건설 가속화와 규제 완화를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정책적 뒷받침도 이뤄졌다.
미국은 지난 40여 년간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며 공급망이 약화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설계·PM 일부를 제외한 다수 영역에서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미 협약을 통해 한국 기업에 수주 우선권이 부여된 점도 현대건설에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현대건설은 미국 팰리세이즈 SMR-300,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원전 4기 건설 등 굵직한 원전 프로젝트를 앞두고 있다. 각 사업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체결과 착공이 순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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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웨스팅하우스가 공동으로 글로벌 확대 추진 중인 대형원전 AP1000® 조감도./사진=현대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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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팰리세이즈 SMR-300 신설 프로젝트는 미시건주 코버트에 위치한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에 300MW급 소형모듈원자로 2기를 새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시카고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곳으로, 현대건설은 원전 전문기업 홀텍(Holtec)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24년 2월 부지 선정을 마친 뒤 지난해 설계를 완료했다. 홀텍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팰리세이즈 SMR 2기 건설을 위한 주요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2024년 설계 계약을 맺은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대형원전 사업 역시 올해 가시적인 진전이 기대된다.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업계에서는 연내 EPC 본계약 체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페르미아메리카와 추진 중인 복합 에너지 및 AI 캠퍼스 내 대형원전 4기 건설 사업의 EPC 계약도 노리고 있다. 해당 캠퍼스는 AP1000 대형원전 4기를 비롯해 SMR, 가스복합화력 등을 포함한 총 11GW 규모의 독립형 전력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인프라 사업으로 꼽힌다.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는 "에너지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포한 이래 기술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견고한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며 "올해는 생산-이동-소비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노력들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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