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사상 첫 4800선 안착… 코스닥은 940선 뒷걸음질
반도체·금융·차 등 대형주로 수급 블랙홀… 중소형주 '찬밥'
개인·기관 '쌍끌이'에 코스피 고공행진… 코스닥 이탈 심화 우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지수는 4800을 뚫었다는데, 제 계좌는 왜 파란불일까요? 코스닥 종목들은 아예 거래량조차 말라버린 느낌입니다."

   
▲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철저히 소외되며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화려한 불꽃놀이를 즐기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철저히 소외되며 '그들만의 잔치'를 지켜보고 있다. 대형주 중심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형님(코스피)과 아우(코스닥)의 주가 흐름이 따로 노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46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01포인트(0.40%) 오른 4816.56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로 4800선에 안착했다. 장중 한때 4827.86까지 치솟으며 역사적 고점을 다시 썼다. 반면, 코스닥 지수는 940선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극심한 양극화의 원인은 ‘수급의 쏠림’에 있다.

현재 시장의 주도권은 ‘실적’과 ‘밸류업’이라는 확실한 재료를 쥔 코스피 대형주들이 쥐고 있다. 삼성전자(반도체), 기아(자동차), KB금융(금융)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역대급 실적과 주주환원 기대감을 무기로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돋보인다. 외국인이 차익 실현을 위해 1895억원어치를 팔아치우고 있지만, 개인이 1390억원, 장 초반 매도세였던 기관까지 363억원 매수 우위로 돌아서며 물량을 받아내고 있다. 실적이 검증된 대형주로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안정된 상황에서 실적이 검증되고 정부 정책(밸류업) 수혜가 예상되는 대형주를 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반면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은 코스닥 중소형주에는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코스닥 시장의 큰손인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다.

통상 개인 비중이 80%를 웃도는 코스닥 시장은 ‘개미’들의 투자 심리가 절대적이다. 하지만 최근 코스피 대형주들이 급등하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 개인들이 보유 중인 코스닥 종목을 손절하고 코스피로 갈아타거나 아예 미국 증시로 떠나는 ‘머니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상승폭을 키울수록 코스닥의 소외감은 더 커지는 구조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들의 부진도 뼈아프다. 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주가 업황 둔화 우려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기대를 모았던 제약·바이오 섹터마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이후 재료 소멸 인식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이러한 ‘빈익빈 부익부’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본격적인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하면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주 선호 현상이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이익 체력이 견고한 코스피 대형주 위주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코스닥 시장은 뚜렷한 주도 섹터가 부재한 상황이라 수급 공백이 해소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격차 확대에 따른 ‘키 맞추기’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밸류에이션 격차가 역대급으로 벌어진 상황”이라며 “AI(인공지능)나 바이오 등 낙폭이 과대한 성장주들의 경우 가격 메리트가 발생한 만큼, 대형주가 쉬어가는 구간에서 저점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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