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전수조사 이어 지배구조 개선 TF 출범…3월 개선안 마련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A지주는 롱리스트(Long-list) 선정 직전 이사의 재임가능 연령(만 70세) 규정(지배구조 내부규범)을 현 지주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하고 연임을 결정했다.

#2. B지주는 내·외부 후보군 대상 후보 서류 접수기간이 달력 기준(Calendar day) 15일이었지만, 영업일(Business day)로는 5영업일에 불과했다.

#3. C은행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한 관리지표로 불리는 'BSM(Board Skill Matrix)' 상 '소비자보호'와 '리스크관리'를 자의적으로 단일 전문성 항목으로 해석해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다양성을 왜곡했다.

#4. D지주는 사외이사 평가 시 외부평가기관 등 객관적 평가지표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 설문방식으로만 평가했다. 이에 따른 결과도 평가대상 전원에 대해 재선임 기준 등급(우수) 이상을 부여해 평가의 실효성이 부족했다.

   
▲ 금융당국은 이달 중 은행지주사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오는 3월까지 TF를 운영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국내 주요 은행지주사가 지주 회장·이사회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열린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금융권의 '부패한 이너서클'을 지적했는데, 실제 금융당국이 은행지주사를 조사한 결과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문제점이 발견됐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은행지주들이 외형적·제도적 요건을 따랐지만, 형식적이면서 편법적이었다는 평가다. 당국은 은행지주사 전수조사에 나서는 한편, 오는 3월까지 TF를 운영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연구원·학계·법조계 등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선진화 TF' 첫 회의를 개최했다. 대통령 업무보고의 후속조치로 출범한 TF는 앞으로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공정성·투명성 제고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제고 등 금융권 지배구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권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는 금융회사의 핵심 자본이다"며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고 성과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기반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회사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금중개 인프라이므로 공공성이 필요하고 지배구조도 보다 더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근 문제가 된 일부 은행지주사의 사례를 의식해 비판의 의견도 내놨다. 권 부위원장은 "현재 우리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실태를 보면, 폐쇄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 불안정한 지배구조로 인한 갈등 등 여러 문제가 반복해서 노정됐다"며 "특히, 은행지주회사의 경우 엄격한 소유규제로 소유가 분산됨에 따라 주인 없는 회사의 특성을 갖고 있어, 지주회장의 선임 및 연임과정에서 폐쇄성과 참호구축 문제에 대한 비판이 지속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눠먹기식 지배구조에 안주함에 따라 영업행태도 예대마진 중심의 기존의 낡은 영업관행을 답습하는 등 시대적·국민적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왔다"며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향후 당국 차원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임을 시사했다. 

권 부위원장의 이 같은 문제의식은 은행지주들이 현행 법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수준에 그친 까닭이다. 당국은 지난 2023년 12월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4대 테마, 30개 핵심원칙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한 바 있다. 이에 은행지주들은 새 모범관행에 따라 일제히 외형적·제도적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실제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충분히 작동되지 않고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거나 운영단계에서 편법 우회하고 있다는 문제가 지속 제기됐다. 지주 CEO 선임과정에서 이사회와의 참호구축에 따른 회장 셀프연임이 대표 사례다. 이 외에도 이사회 및 각종 위원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사후적으로 추인한다거나, 사외이사의 실질적인 견제·감시 기능이 약화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금감원도 행동에 나섰다. 금감원은 이달 중 전 은행지주 8개사(KB·신한·하나·우리·NH·BNK·JB·iM)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관련 실제 운영현황 전반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배구조의 형식적 외관(내규, 조직 등)보다 그간 언론 등에서 제기한 문제, 금감원의 현장검사 지적사례 등을 토대로 지배구조 문제를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당국은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제고 △CEO 선임 등 경영승계과정 문제점 해결 △성과보수체계 합리성 제고 △낡고 불합리한 관행 개선 등 네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선안을 오는 3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권 부위원장은 "금융회사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제고하겠다"며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해 고유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CEO 선임 등 경영승계과정에서의 제기된 문제점도 해결하겠다"며 "CEO 선임과정이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된다는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투명하고 개방적·경쟁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작동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EO 연임에 대해서는 주주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 부위원장은 "금융권 지배구조에 대해 주주·시장·국민 등 참여자들이 납득하고 동의할 수 있어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며 "지배구조 개선이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한 실태점검을 토대로 국민의 눈높이에서 엄정하게 점검·평가하고 개선과제를 신속하게 제도화·법규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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