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성장 둔화로 글로벌 완성차 시장 전년과 비슷한 성장
전동화도 속도 조절…정책 변화 및 보조금 이슈가 중점 사안
[미디어펜=박재훈 기자]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16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신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실장이 '2026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서는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수요가 일부 시장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둔화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던 전동화 시장도 미국과 중국 양국의 성장이 축소되면서 둔화 조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중국의 둔화…글로벌 완성차 시장 저성장 기조

   
▲ 최대열 한국자동차기자협회장이 16일 신년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양진수 실장은 "지난해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시장의 회복세가 둔화됐지만 중국의 이구환신 소비촉진 정책, 인도의 소비여건 개선 등으로 글로벌 전체 시장은 8776만 대로 전년 대비 3.6%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장 전망으로는 보합세를 전망했다. 인도와 서유럽 등 일부 지역이 성장했지만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등 양국의 시장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올해 자동차 시장의 수요는 전년 대비 0.2% 증가에 불과한 8793만 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국가별로는 △미국 1593만 대(전년 대비 -2.3%) △서유럽 1514만 대(+1.5%) △중국 2447만 대(+0.5%) △인도 482만 대(+5.6%) △아세안 319만 대(+3.8%) △국내 164만 대(-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점진적인 금리 인하와 자동차 대출이자에 대한 세액 공제로 할부 부담 완화가 기대된다. 하지만 품목별 관세 부과로 인한 차량가격, 보험료가 상승해 우호적 요인을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지난 2023년 이후 자동차 시장 규모는 1500만 대 수준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또한 공급망도 재편돼 단기적으로 생산 차질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소비 진작 정책이 지속되지만 실업률과 고용 불안 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둔화됐다. 또한 신에너지차 취득세 감면 혜택도 축소돼 우호적 요인이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의 영향으로도 중국 브랜드들은 수익성을 위해 완성차의 가격 전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HMG경영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외에도 서유럽의 경우 환경 규제 강화에 따른 비용 압박에도 불구하고 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저가 소형 전기차 중심의 판매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도 상황은 비슷하다. 양진수 실장은 "(국내의)경기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계부채 부담이 커지고 있어 회복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며 "경기 회복 전망은 하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모멘텀 약화로 인한 속도↓…국가별 성장세 양극화

   
▲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전동차 시장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미국의 역성장이 겹쳐 글로벌 전동화 지역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서유럽, 인도, 아세안 등 기타 지역 호조로 인해 성장세 자체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양진수 실장은 "지난 몇 년간 세 자릿 수 성장을 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면서 대개 기대감에 부풀렀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며 "그로 인해 전기차 전환이 되게 빨라질 것이다라는 예상을 했고 2023년 이후로는 증가율이 감소해 회의적인 전망을 해왔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기차 시장의 현재 국면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로 보면 소비자들의 수요 사이드에서의 선호 변화보다는 정책과 공급, 완성차업체들의 라인업들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글로벌 전동차 시장은 전년 대비 24.0% 증가한 2143만 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큰 기장에서의 성장 동력 약화가 전체적인 성장세를 제약함에 따라 전년 대비 10.1% 증가한 2359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던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경우 지난해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전기차 세금 혜택이 폐지됐다. 또한 연비 규제를 완화해 완성차 업체들이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요와 공급 양 측면에서 전기차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HMG경영연구원은 올해 미국의 전동차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0.8% 감소한 153만 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유럽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 및 주요 국가들의 구매 보조금 및 세제 혜택 지속과 함께 기존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이 현지 생산을 본격화하는 중국 업체의 신차 공세가 맞물려 전년 대비 18.5%증가한 48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양 실장은 "올해부터는 BYD의 헝가리 공장 가동될 것이고 연말에는 튀르키예 공장까지 가동되면서 (유럽)현지 생산량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럽의 경우 구매 보조금이 축소돼 왔으나 업체들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보조금을 다시 주기 시작한 정책적인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영국과 이탈리아의 경우 폐지된 보조금 정책을 지난해부터 다시 재개했다.

중국은 비교적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수요 부양책인 이구환신 정책이 연장됐지만 기존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순수전기차 시장 성장세는 둔화되는 대신 PHEV와 EREV의 높은 성장세가 이를 상쇄할 것으로 HMG경영연구원은 내다봤다. 이에 따른 올해 중국의 전동차 전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9% 증가에 그친 1398만 대로 예상된다.

◆레거시 자동차 업체, '수익 방어 VS 미래 투자' 딜레마

   
▲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이 16일 자동차회관 그랜저볼룸에서 열린 신년 세미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한국자동차기자협회

올해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핵심 화두는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직면한 ‘수익성 방어와 미래 투자 확대’ 사이의 전략적 딜레마 심화로 압축된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올해도 지난해 수준에 머무는 정체 국면이 이어지며 성장률이 0%대에 그치는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는 모습이다. 배터리 전기차(BEV) 중심의 전동화 전환 역시 보조금 축소, 충전 인프라 한계, 소비자의 총소유비용(TCO) 부담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레거시 업체들의 전동화 드라이브 동력이 약화되는 추세다.

또한 중국 브랜드의 급부상과 SDV·전동화 전환을 위한 선제 투자,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가격 경쟁 과열이 겹쳤다. 이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인한 비용 부담까지 더해져 구조적 복합 위기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아세안을 넘어 서유럽·중남미로 영역을 넓히고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해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면서 전통 글로벌 OEM의 시장 방어와 수익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양 실장은 "토요타의 경우 회계연도 기준으로 영업이익률 6.6%, 폭스바겐도 4~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미국의 관세가 직접적으로 OEM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 성장 둔화의 대안으로 부상한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일본 업체가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유럽과 중국 업체까지 가세하면서 경쟁이 급격히 과열되는 양상이다.

양 실장은 "하이브리드 수요는 현재 국면에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GM, 벤츠, 스텔란티스와 같은 과거 하이브리드 기술이 없던 업체들조차도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에 나서려고 하는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을 축으로 스마트카·SDV 기술이 중저가 차량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테슬라의 보급형 모델과 자율주행 서비스 확대가 맞물리고 있는 점을 짚었다.

양 실장은 차량 가치의 핵심 축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레거시 완성차 업체들은 악화되는 단기 수익성을 방어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자율주행·전동화 등 미래 영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병행해야 하는 고강도 전략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부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