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중치' 차용은 독자성 인정 어려워"
네이버·NC AI 등 국가대표 AI 재도전 안해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국가대표 AI(인공지능) 선발전에서 네이버클라우드 등 2개 팀이 2차 평가 진출에 실패했다. 그간 유력 주자로 꼽혀온 네이버클라우드는 ‘독자성’을 둘러싼 해석에서 발목이 잡혔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제시한 독자성 기준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과 함께 보다 정교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하 독파모) 개발 사업의 1차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독파모는 정부가 GPU(그래픽처리장치), 데이터, 인재 등을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가 주도의 AI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되는 민관 협력 사업이다. 해외 빅테크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국방·의료·행정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영역에서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단순한 성능 경쟁을 넘어, 외부 통제나 라이선스 제약에서 자유로운 '소버린 AI'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1차 평가는 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평가와 함께 '독자성 분석'을 핵심 축으로 진행됐다. 정부는 당초 정예팀 5곳 가운데 1곳만 떨어트릴 예정이었지만, 이례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등 2개 팀을 동시에 탈락시켰다. 

이 가운데 네이버클라우드가 개발한 모델의 경우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을 받았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네이버클라우드가 제출한 기술 보고서 가운데 비디오·오디오 인코더 부분이 문제가 됐다"며 "기술적·정책적·윤리적 측면에서 분석한 결과,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한 점이 기술적 측면에서 독자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클라우드는 국내 최초 생성형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 시리즈를 선보이며 한국만의 독자적인 AI 모델 필요성을 가장 먼저 주장해 온 기업으로 꼽힌다. 이에 지난해 8월 독파모 5곳 정예팀이 선발될 당시만 해도 네이버클라우드는 최종 생존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그러나 지난 1차 개발 결과 공개 이후 흐름은 뒤바뀌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지·오디오 등 복합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오픈소스 AI 모델 '큐웬(Qwen)'의 비전 인코더를 활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독자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전 인코더는 외부의 시각·음성 정보를 AI 모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인코더를 사용한 점이 문제가 되자 네이버클라우드 측은 자체적으로 개발한 독자 인코더도 보유 중이며 성능 확인 과정에서 일부 활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류 차관은 "이번 프로젝트의 취지와 평가위원 의견을 종합한 결과 독자성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간 유력 후보로 거론돼 온 네이버클라우드가 독자성 판단에서 탈락하면서, 업계에는 적잖은 충격과 함께 평가 기준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는 분위기다.

◆ 평가 기준 구체화 필요성 제기… "사전에 기준 명확히 해야"

과기부는 지난 공모 안내서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해외 모델을 미세조정(파인튜닝)해 만든 파생형 모델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명시한 바 있다. 다만 네이버클라우드 탈락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이 기준을 어디까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와 관련해 정부는 전날 결과를 발표하면서 기술·정책·윤리 측면에서 독자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판단 기준으로는 ‘가중치를 초기화한 뒤 자체적으로 학습했는지 여부’를 제시했다.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오픈소스 활용이 일반화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외부 모델의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하거나 이를 토대로 학습한 경우에는 독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준이 평가 이전에 보다 명확히 제시됐다면 혼선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과 함께, 가중치 기준만으로 독자성을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습에 사용된 데이터의 성격이나, 여러 기능을 얼마나 자체 기술로 통합했는지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향후 평가 과정에서도 독자성 해석을 둘러싼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정부는 2차 평가부터 혼선을 줄이기 위해 관련 기준을 보다 세밀하게 다듬어 차등을 두거나 배점을 달리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평가 기준이 보다 구체화돼야 향후에도 불필요한 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전에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네이버 이어 NC도 독자 AI 패자부활전 '불참'

정부는 이번 평가에서 탈락한 팀과 새로 지원한 기업을 대상으로 추가 선발을 진행하는 이른바 패자부활전을 마련했다. 최대한 많은 기업이 AI 기술 개발에 힘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번 과기정통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추가 공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평가에서 고배를 마신 NC AI 역시 재도전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서류 및 발표 평가 단계에서 먼저 탈락한 카카오도 추가 참여 계획이 없다고 했으며, KT를 비롯한 일부 컨소시엄은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T마저 불참할 경우 패자부활전은 대기업의 참여가 줄어들며 정부가 의도한 폭넓은 참여와 경쟁 촉진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기업 입장에서는 패자부활전에 참가하는 것 자체가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재도전했다가 재차 탈락할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 차례 탈락했을 경우 다시 도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재차 탈락할 위험을 감수하느니 자체 개발에 집중하자는 분위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등 3개 팀은 모델 성능 고도화에 착수했다. 정부는 일단 추가 선발 기업까지 포함해 총 4개 팀을 대상으로 2차 평가를 진행한 뒤, 연말에 최종 2개 팀을 'K-AI' 팀으로 선정해 GPU 등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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