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LCC(저비용항공사)들이 4분기 동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항공업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역대급 여객 수요에도 불구하고 고환율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합병 규제 이행을 위한 FSC의 공급 확대가 겹치며 LCC의 운임 방어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상장 LCC 4개사 모두 지난해 4분기 적자가 유력하다. 티웨이항공의 연결 기준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319억 원으로, 2024년 2분기 이후 7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제주항공의 4분기 영업손실은 216억 원으로 추정되며, 2024년 4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별도 기준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각각 72억 원과 140억 원으로, 두 회사 모두 3개 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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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
고환율에 따른 비용 부담과 FSC 중심의 국제선 공급 확대가 LCC 실적 부진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수요 회복 속도를 웃도는 공급 증가로 운임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적 항공사 11곳의 공급 좌석 수는 3892만여 석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늘었다. 같은 기간 여객 수는 3339만여 명으로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평균 탑승률은 85.8%로 전년 동기보다 2.5%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FSC 중심의 공급 확대 배경으로 합병 규제 이행 부담을 지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인 과정에서 양사 노선이 중복되는 국내외 노선 가운데 일부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공급을 유지하도록 조건을 부과했다. 독과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로 인해 FSC들은 수요 회복이 더딘 노선까지 공급을 유지하거나 확대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시장 전반의 운임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이후 대한항공 계열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부 관광 노선을 재운항하거나 증편했지만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10월부터 괌 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도 이러한 환경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LCC들은 FSC 공세 속에서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진에어는 고수익 신규 노선 발굴과 수요가 높은 노선 중심의 전략적 공급 확대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저수익 노선의 공급량은 관리하면서 시장 변화에 따라 노선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겠다는 전략이다. 티웨이항공 역시 노선 다변화와 함께 기재 및 스케줄을 탄력적으로 운영해 공급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내국인 해외 여행 수요뿐 아니라 인바운드 수요 확대에도 적극 대응하며 수요 기반을 넓히겠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일본 노선에서 외국인 탑승객 비중은 인천~도쿄 44.6%, 인천~히로시마 53.6%, 인천~시즈오카 42% 등으로 나타났다.
파라타항공은 일본·동남아 중심의 노선 운영 기조를 유지하되, 운임 경쟁 대신 서비스 차별화 전략을 택했다. 비즈니스 스마트 클래스 강화를 통해 기존 LCC와 FSC 사이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기내 서비스와 기내식 등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파라타항공만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스타항공은 중화권과 신규 운수권을 중심으로 노선 확대에 나선다. 상하이·정저우·옌지·타이베이 등 기존 중화권 노선을 유지하면서 스케줄을 개선해 수요 유치에 나서는 한편, 중화권 신규 취항도 확대할 계획이다. 인천·부산~알마티 등 신규 운수권 노선을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공략하고, 수요가 집중되는 시즌에는 노선별로 탄력적인 증편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고환율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LCC들은 비용 관리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항공기 리스료와 유류비, 정비비 등 주요 비용이 달러화로 결제되는 구조상 환율 상승은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전사적인 비용 관리와 운영 효율성 제고를 핵심 과제로 삼고, 환율·유가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와 기단 운영 효율화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진에어 역시 원가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환율 환경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은 기단 운영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에도 신규 항공기 도입을 지속하는 한편 경년 항공기를 순차적으로 반납해 기단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료 효율을 높이고 원가 경쟁력과 운항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스타항공은 환율이 낮을 때 달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거나 해외 지불을 현지 통화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연료 효율이 높은 737-8 기종 비중을 절반까지 높인 점도 비용 절감 요인으로 꼽힌다. 정비·운항 전반에 AI 시스템과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고정비를 줄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항공 수요 자체는 견조할 것으로 보면서도 LCC 업황의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중국 노선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공급 증가 속도가 더 빠른 데다 고환율 부담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운임 경쟁을 넘어 노선 전략과 서비스 차별화, 비용 구조 개선을 얼마나 정교하게 병행하느냐가 각 사의 실적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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