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존재감이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한때 높은 연비와 강력한 토크를 앞세워 도로 위를 점령했던 경유차는 배출가스 규제 강화와 친환경차 확산, 소비자 인식 변화가 맞물리며 구조적 쇠퇴 국면에 접어들었다.
18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 등록된 경유차(승용·상용 포함)는 총 9만7671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4만3134대)보다 31.8% 줄어든 수치다. 전체 신규 등록 차량 가운데 경유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5.8%에 그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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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자동차 디 올 뉴 넥쏘 주행사진./사진=현대차 제공 |
◆ 규제 강화·인식 변화에 10년새 10분의1 토막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축됐다. 지난해 경유차 신규 등록 대수는 사상 처음으로 10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규모는 약 10분의1 수준으로 축소됐다.
실제 연도별 등록 대수를 보면 감소세는 더욱 뚜렷하다. 2015년 96만3000대에 달했던 경유차 등록 대수는 2016년 87만3000대, 2017년 82만1000대, 2018년 79만3000대, 2019년 65만7000대로 줄었다. 이후 2020년 59만6000대, 2021년 43만 대, 2022년 35만 대, 2023년 30만9000대, 2024년에는 14만3000대까지 감소하며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전체 등록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빠르게 축소됐다. 2016년 47.9%에 달했던 경유차 비중은 2017년 44.8%, 2018년 43.4%, 2019년 36.6%로 낮아졌고, 2020년 31.2%, 2021년 24.8%, 2022년 20.8%, 2023년 17.6%를 거쳐 2024년에는 8.7%까지 떨어졌다.
경유차 수요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환경 규제 강화다.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가 부각되면서 배출가스 기준은 해마다 엄격해졌고,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규제 강화는 디젤 엔진의 경쟁력을 빠르게 약화시켰다. 국내에서도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과 각종 규제가 이어지며 디젤차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소비자 인식 변화도 디젤 수요 축소를 가속화했다. 한때 '연비 좋은 실속형'으로 평가받던 디젤차는 배출가스 논란 이후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기에 경유 가격이 휘발유와 비슷하거나 역전되는 상황까지 겹치며 경제성 매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업계에서는 디젤차 수요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부 상용차나 특수 목적 차량을 제외하면,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이 차지할 수 있는 영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디젤 축소 가속…하이브리드·전기차 중심 재편
완성차 업계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발 빠르게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주요 제조사들은 이미 신차 라인업에서 디젤 비중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기존 모델에서 디젤 트림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거나 차세대 모델에서는 아예 디젤 엔진을 제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디젤의 빈자리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메우고 있다. 하이브리드는 충전 인프라 부담 없이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과도기적 대안으로 자리 잡았고, 전기차는 중장기 핵심 축으로 전략적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개발 자원 배분 역시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과거 디젤 엔진 효율 개선에 집중되던 연구개발 역량은 전동화 파워트레인과 배터리,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로 이동하는 추세다. 이에 맞춰 완성차 업계는 기존 내연기관 중심 공장을 전기차 전용 플랫폼 생산 라인이나 배터리 팩 조립 시설로 전환하며 생산 체계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면서 완성차 업계는 내연기관 축소 전략에 한층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정부는 2030년을 전후해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저공해·무공해차 비중을 대폭 확대한다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내연기관 전반에 대한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가운데, 디젤차는 가장 먼저 축소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한 '연간 저공해자동차 및 무공해자동차 보급 목표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저공해차 보급 목표는 2026년 신차의 28%,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로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해당 목표는 일정 규모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수입사에 적용되며, 달성하지 못할 경우 차량 1대당 150만 원의 기여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기여금은 2028년부터 300만 원으로 두 배 인상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유차의 퇴출이 사실상 본격화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저공해차 보급 목표 확대 등 정책 환경 변화로 생산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소비자 인식 역시 빠르게 변화하면서 향후 감소 속도는 더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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