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신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됐다. '3선 국회의원의 험지출마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역구를 옮겨 강남에서 출마했다가 낙선한 성품인지라 그의 중용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4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초점은 물러나는 우상호 전 정무수석에게 쏠렸다. 강원도지사 출마가 당연시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 정가는 자천타천의 출마 예상자들로 뜨겁다. 여야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단식, 통일교 특검, 김경 서울시의원의 공천헌금 등으로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속살은 지방선거다. 이미 호명(呼名) 경선이 달아오른 출마 예상자들의 정치노선과 계파 색채가 드러나면서 유력 후보군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지난주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자아비판적 노선회귀는 충격적이고 잔향도 강하다.
김 지사는 그동안 민주당 주류인 친(親)이재명계와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22년 6월 1일 실시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에서 득표율 49.06%, 282만 7,593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를 두고 김 지사측은 앞선 3월 실시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47%를 얻어 낙선한 이재명 당시 민주당후보를 넘어선 김 지사의 개인 역량이라며 홍보해왔다. 이어 경기도정은 '이재명지우기'가 진행됐고 '이재명사람들'은 설자리를 잃었다.
친명계는 "경기지사 선거때 이재명후보 대선조직을 그대로 이식해 김동연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투구했는데 배신당했다"는 불만이 들끓었다. 이런 정서를 대변한 유시민 작가(전 복지부장관)가 공개적으로 김 지사를 향해 "배은망덕하다"는 화살이 날렸고 화살은 오랜시간 박힌 채 고름이 됐다.
유 작가의 지적에도 김 지사는 타협없이 자기 정책, 자기 사람으로 자기 정치를 밀고 갔다. 이재명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의 전해철 전 행안부장관을 경기도자문위원장으로 기용했고 김 지사 주변 역시 ‘반(反)이재명’ 색채가 강했다. 그랬던 김 지사가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김 지사는 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유시민 작가에게 '배은망덕'이라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굉장히 섭섭했다"면서 "이후에 그 말도 제가 일부는 감수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회고했다.
또 "관료 생활을 오래 해 관료의 어떤 인이 박혀 있다. 일부 당원들의 비판은 몹시 아픈 부분이고 반성을 많이 한다"며 그를 비판해 온 민주당 강성지지층에 사과했다. 이어 그는 "3년 반 전 경기도지사 선거 때 제가 96% 개표하면서 새벽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는데 제 마음속에 외람되지만, 전문성 또는 어떤 외연 확장성 이런 것들이 많이 작용했다는 오만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고 자세를 한껏 낮췄다.
하지만 친명계를 중심으로 한 강성지지층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선거용 반성’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또 최근 김 지사와 경제부지사로 호흡을 맞추던 염태영 의원이 김 지사를 향해 결별선언을 하자 다급해졌다며 냉소적 반응이다. 무엇보다 민주당 주류는 김 지사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김 지사의 반성이 진정성이 있다면 김 지사주변의 인물교체가 선행되고 정책의 일체성이 있어야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민주당 주류와 김동연 경기지사가 파국적 결말을 맞을까. 사실 민주당도 김동연 지사의 외연확장성이 필요하다. 인구 1,400만명이 넘는 수도권 핵심 경기도의 위상은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 전국적 영향력을 갖는데 중도성향 유권자들을 공략하는 데 ‘김동연’만한 카드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또 경기도에서 김 지사와 추미애·한준호·김병주 의원 등이 치열하지만 공정한 경선으로 분위기를 달구면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선거에서 긍정효과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 김 지사가 빠른 후속 조치로 진정성을 입증해야 메아리가 기대된다. 먼저 '자기 사람' 위주의 캠프형 인사를 넘어 당내 주류 세력과 소통할 수 있는 인물들을 도정에 과감히 기용한 후 염태영 의원 등 김 지사를 이해하는 민주당내 우군을 재건해야 한다, 또 경기도청과 민주당 경기도당, 그리고 중앙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무 라인을 재편하여 독자 행보가 아닌 '원팀'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특히 '이재명 지우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기존의 기본소득, 지역화폐 등 민주당의 핵심 가치를 담은 정책들을 계승·발전시키는 실효적 조치로 기회주의적이라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
시간은 없고, 옹벽은 단단하다. 하지만 김 지사는 도지사로서 신속대응이 가능하고 정치는 생물이라고 하지않던가.
미디어펜=김진호 부사장 겸 주필
[미디어펜=김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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