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AI(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 전반에서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초로 AI 관련 법을 전면 시행하는 만큼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지적과 함께, 일부 핵심 내용의 기준이 불명확해 시행 전부터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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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AI 기본법(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은 그동안 가이드라인 중심으로 운영돼 온 AI 정책을 법 체계로 전환해 산업 현장의 예측 가능성과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20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후 4년이 넘는 논의를 거쳐 지난 2024년 12월 말 국회를 통과했으며, 작년 1월 21일 법 공포 후 1년간 유예 기간을 거쳤다.
◆ "불명확한 기준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될 가능성"
AI 기본법은 AI 국가 거버넌스 체계를 정립하고, AI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동시에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내용은 △국가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을 위한 추진체계 마련(AI기본계획 수립 등) △AI 산업육성 지원(연구개발, 학습용데이터, AI 데이터센터, 집적단지 등) △AI에 대한 안전·신뢰 기반 조성(고영향 AI·생성형AI 정의, 투명성·안전성 확보 의무 등) 등이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 가장 문제 삼는 대목은 '고영향 AI'의 모호한 정의다. 법안은 고영향 AI를 '사람의 생명, 신체의 안전 및 기본권의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규정했다. 여기서 '중대한 영향'의 범위와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영향 AI로 분류될 경우 기업은 위험 관리 체계 구축, 이용자 보호 등 추가적인 안전성 확보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 분류 기준이 사후 판단에 의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AI 생태계의 큰 축을 이루는 스타트업들은 고영향 AI 지정 여부에 따라 사업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우려가 더 크다. 위법한 AI 기업으로 낙인찍힐 경우 투자, 사업 확장, 서비스 출시 등에서 치명적인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신규 기술 도입이나 사업 확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AI의 투명성 확보 의무'를 둘러싼 해석도 업계 혼란을 키우고 있다. 기본법 제31조는 서비스나 제품에 AI를 활용하는 경우 사업자가 이를 이용자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I를 핵심 기능이 아닌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까지 모두 고지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모든 AI 활용 사례를 일괄적으로 표시해야 할 경우 기업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규제 리스크만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호한 법적 기준이 오히려 기술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명확한 규제는 기술 발전의 동력이 아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1년 이상 유예기간 둔다는 정부… "제도 정비 시간으로 활용해야"
정부도 이 같은 업계 의견을 인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당초 AI 생성 영상 등 전반에 워터마크 등 표시 의무 적용을 검토했으나 규제에 대한 업계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 '확실한 고지'로 방향을 선회했다.
또 AI 기본법이 규제가 아닌 진흥 목적의 법이라는 점을 고려해 AI로 생성한 제작물임을 콘텐츠 사용 전후 등 1회 이상 안내 하도록 했다. 이용자가 현실과 가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의무만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법 시행 초기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계도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 기간을 '제도 정비의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기본법의 관건은 시장이 위축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지에 있다"며 "법의 상징성보다도 산업 혁신을 함께 고려한 생태게 조성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AI 기본법이 시행되면 한국은 세계 최초로 AI 관련 법을 전면 시행하는 국가가 된다. 앞서 AI 법제화를 추진했던 EU(유럽연합)는 일부 국가의 반발로 도입 시점을 늦춘 바 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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