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상해죄를 한꺼번에 저지르면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한 법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헌재는 주거침입강제추행치상죄를 규정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1항의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4(합헌)대 5(한정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법에 정해진 주거침입강제추행치상죄의 법정형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이다.
미국인 W씨는 이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다가 헌법소원을 냈다. "세 가지 혐의로 각각 기소되면 최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데 이 죄는 감경을 받아도 집행유예가 나올 수 없어 비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주거침입과 강제추행치상을 별개로 처벌해서는 범죄 예방·척결에 미흡하다고 보고 새로운 범죄 구성요건을 만든 것"이라며 "죄질과 비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어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한철·김이수·이진성·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이 조항을 형법상 유사강간 이외의 강제추행에도 적용하는 한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강간에 비해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훨씬 경미한 유형의 강제추행으로 가벼운 상해가 발생했어도 주거침입강간치상죄가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게 돼있다"며 "법관의 양형 선택을 극도로 제한해 법집행기관이 범죄성립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