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전기차 시장 축소로 포트폴리오 재편…배터리 가격 관건
폭스바겐, 현대차그룹 등 중국업체 협업…공급망 다원화가 목적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의 완성차 업체 포드가 국내 배터리사와의 파트너십을 해지하고 BYD와 손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른 전동화 계획 변경이 주된 원인이지만 중국 업체들의 배터리 원가 경쟁력을 눈 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드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 블루오벌SK 테네시 공장 전경./사진=SK온


20일 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한 유럽 시장용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2027~2032년 75GWh, 약 9조6000억 원)을 해지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SK온과의 미국 합작공장 블루오벌SK의 운영 방식도 변경하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협력 체계가 느슨해졌다.

업계는 이 같은 전략이 정책 변화에 따른 결정이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연방 세액공제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포드는 기존 전기차 중심 포트폴리오을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로 급속 재편했다.

미국에서 전기차 시장이 축소됨에 따라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4분기 포드의 EV 판매량은 급락했으며 하이브리드 판매는 18% 증가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공개적으로 "미국 시장 전기차는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를 통해 비용을 30% 절감해야 한다"며 가격적인 측면을 강조하기에 나섰다. 동시에 포드는 주력 모델이던 전기 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의 생산을 중단했다.

포드가 BYD와 협업하려는 것도 배터리가 전기차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BYD의 LFP 배터리는 한국 업체 대비 약 30% 저렴하다. 

앞서 포드는 2023년 CATL과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우회책으로 기술제휴를 추진하던 중 미 의회의 강한 반발로 제지당한 전례가 있다. 당시 조 맨친 의원은 "세액공제 중 일부가 중국으로 흘러간다"며 공식 반발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자체를 폐지하면서 정책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다시 수익성을 위해 협업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드 외에도 전기차 시장 축소에 따른 전략 수정이 이어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6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관련 손실을 기록하며 배터리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GM은 공식적으로 2035년 전기차 전환 목표를 유지한다고 발표했지만 하이브리드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적으로 OEM들의 움직임도 맥락이 같다.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한 폭스바겐은 CATL과 중국 배터리 전략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차그룹도 CATL, BYD, CALB 등 중국의 3대 배터리사 모두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기에 나섰다. 이는 글로벌 OEM들이 기술적 우위보다는 공급망 다원화를 우선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추세는 한국 배터리 산업에 직접 타격을 주고 있다. 포드의 계약 해지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을 합해 총 13조5000억 원 규모의 수주가 증발했다.

또한 지난해 1~9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15.7%로 연초 대비 3.5% 하락했다. 반면 중국 CATL은 37.9% 성장하고 BYD는 47% 성장했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배터리사들의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배터리 산업의 과잉 투자 문제가 이제 구조적 손실로 고착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과의 수출물량을 확보해야 수익성이 확보되는데 완성차 입장에서는 배터리업계의 편의를 봐줄 필요가 없다"며 "일단은 ESS로 좀 더 치중하면서 버텨야하는 혹한기가 아닌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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