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내 증시가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2%대에 머물면서 수신자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자금은 새해 들어 보름새 약 30조원 이상 이탈했는데, 주로 투자자예탁금이나 증권사 IMA계좌로 향한 모습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 잔액은 지난달 말 674조 84억원에서 이달 15일 643조 5997억원으로 약 30조 4087억원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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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증시가 연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행권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2%대에 머물면서 수신자금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자금은 새해 들어 보름새 약 30조원 이상 이탈했는데, 주로 주로 투자자예탁금이나 증권사 IMA계좌로 향한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새해들어 보름새 30조원 이상의 자금이 이탈한 것인데, 일자별로 보면 하루에만 15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된 적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첫 영업일이었던 지난 2일 은행 대기자금 15조 5000억원이 다른 투자처로 이동했다. 그 외에도 △5일 10조 5000억원 △13일 9조 2000억원 등 잔고 급감이 두드러졌다. 반대로 지난 14일에는 7조 7000억원이 다시 은행으로 재유입됐다.
은행 정기예금도 낮은 기대수익률로 인해 시들하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939조 2861억원에서 이달 15일 938조 6613억원으로 약 6248억원 감소했다. 정기예금은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 매년 성장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연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새해 증시 불장의 여파로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예금잔액이 역신장한 것이다.
반면 증시 대기자금은 사상 최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92조 6030억원으로 지난 연말 85조 8291억원 대비 약 7.9%(약 6조 7739억원) 증가했다. 예탁금 규모는 1년 전만 하더라도 50조원 안팎에 그쳤는데, 2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도 최근 1억개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업권 간 대규모 머니무브는 사실상 수익률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날 5대 은행을 대표하는 주요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를 살펴보면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85%로 가장 높다. 이어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WON플러스 예금' 등이 각각 연 2.80%로 뒤를 이었다. 동일 조건 기준 전월취급평균금리와 비교하면 한 달 새 대부분 약 0.05~0.09%p 하락한 셈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5일에도 5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예금상품 준거금리인 단기물 은행채 금리도 하락하면서 은행 예금금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투협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무보증, AAA) 채권금리는 전날 2.811%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31일 2.818% 대비 약 0.007%p 하락했다. 1년물 금리는 지난 8·9일 2.737%까지 하락했는데, 이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6개월물(동일 기준) 금리의 경우 전날 2.7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연말 2.834% 대비 약 0.093%p 하락한 수치다. 6개월물 금리도 지난 13일 2.720%까지 하락했는데, 이후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은행권과 달리 증권업계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코스피 5000 돌파를 앞둔 가운데, 특정 대형주를 중심으로 수익률 상승세가 두드러진 까닭이다. 코스피는 지난 16일 종가 기준 4840.74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30일 4214.17 대비 약 14.9%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일부 대형주를 중심으로 수익률이 두드러졌는데, 지난 2∼19일 기준 현대차가 61.89%의 수익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시가총액 상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약 24.5% 약 17.4% 급등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 종합투자계좌(IMA) 인기도 이어지고 있다. IMA는 예금자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상품이지만 증권사가 원금을 지급보증한다. 증권사가 파산하지 않는 이상 투자원금을 보장받는 셈이다. 여기에 수익률도 연 4%대를 제공하다보니 출시 이후 매번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은 IMA 1호 상품을 1조원 완판한 데 이어, 지난 16일부터 2호 상품도 출시해 1조원 규모로 판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스피 상승세가 가파르고 최근 증권가의 IMA 출시까지 겹치면서, 예금 중심의 안정적 투자를 지향하던 재테크족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며 "은행으로서도 수신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큼, 모니터링을 이어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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