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공기 손질에도 단독 응찰 반복…초대형 국책사업 경쟁 실종
해저 매립·연약지반 고난도에 설계 부담까지, 참여 가능한 기업은 소수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이 단독 응찰로 유찰되면서, 10조 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임에도 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 등 조건을 조정했지만, 입찰 방식 자체가 경쟁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가덕도신공항 조감도./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21일 업계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지난 19일 조달청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 재공고를 게시했다. 앞서 진행된 1차 입찰에서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응찰해 유찰됐으며, 공단은 공사 기간을 기존 84개월에서 106개월로 늘리고 공사비를 10조5000억 원에서 10조7000억 원으로 조정한 뒤 재입찰에 나섰다.

업계는 조건 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쟁 구도가 형성되지 않은 원인을 입찰 방식에서 찾고 있다. 가덕도 부지조성공사는 설계와 시공을 일괄로 수행하는 턴키 방식이 적용된 사업으로, 설계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시공사가 선제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사업 난도가 높은 상황에서 설계와 시공 책임이 동시에 집중되면서 참여 문턱이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덕도 사업은 해저 매립과 연약지반 개량이 동시에 이뤄지는 고난도 공사로 분류된다. 해상 환경과 지반 조건에 따라 설계 변경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설계 오류나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 발생 시 책임이 곧바로 시공사에 귀속된다. 공사비를 일부 증액하더라도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 자체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이로 인해 해당 사업은 단순한 시공 역량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로 인식돼 왔다. 해상 매립 경험과 대규모 토목 공사 수행 실적은 물론, 설계 기술력과 장기간 공기에 따른 재무 부담을 동시에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실제로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서도 해상 매립과 공항 부지 조성 경험을 동시에 보유한 곳은 많지 않다. 여기에 턴키 방식이 적용되면서 주관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는 더욱 좁아졌다는 분석이다. 앞서 현대건설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입찰 구도가 급격히 단순화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에 다수의 중견·지역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이를 실질적인 경쟁 구도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핵심 설계와 주요 공정은 주관사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참여 기업 수를 늘리는 방식만으로 경쟁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컨소시엄 확대 역시 경쟁보다는 입찰 성립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형식적 장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때문에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공사비나 공기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만으로는 경쟁 입찰을 성립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경쟁을 전제로 한 입찰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참여 가능한 기업 자체가 제한적인 만큼 제도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대형 국책사업에서 턴키 방식이 갖는 구조적 제약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책임질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턴키 방식 경쟁입찰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가덕도는 개별 사업을 넘어 대형 국책사업 입찰 구조 전반을 점검하게 만드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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