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외치지만 현장 관행은 제자리
[미디어펜=조태민 기자]부동산 거래에서 전자계약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거래 현장의 관행을 바꾸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 건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디지털 전환의 체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 24일 업계는 부동산 전자계약 이용이 늘고 있으나, 낮은 활용 비중과 책임 불확실성으로 현장 정착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동산 전자계약 이용 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처음으로 연간 50만 건을 넘어섰다. 전자계약 시스템을 활용한 매매·임대차 계약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전자계약 활용률 역시 12%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공공 임대주택이나 일부 분양 계약을 중심으로 전자계약 활용이 확대되면서 외형적인 성장세는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민간 중개거래에서도 전자계약 이용 건수가 큰 폭으로 늘며 공공 중심에서 민간으로 확산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다만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여전히 다르다. 전자계약 활용률 12%를 뒤집어 보면, 전체 부동산 거래 10건 중 9건가량은 여전히 종이 계약서 작성과 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용 건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계약 방식이 여전히 거래 현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전자계약 확산이 더딘 배경으로 거래 주체별 ‘체감 온도차’를 꼽는다. 공공 부문이나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는 비대면 계약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고령층 수요자와 기존 중개 관행에 익숙한 현장에서는 종이 계약에 대한 선호가 여전히 강하다는 분석이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 오가는 부동산 거래 특성상, 전자문서에 대한 심리적 불안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도 확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중개 현장에서는 전자계약 시스템 도입 이후에도 인증 절차의 번거로움과 시스템 숙지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공동인증서나 휴대폰 인증 등 절차가 익숙하지 않은 수요자에게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은 전자계약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전자계약이 법적 효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쟁 발생 시 책임 주체와 처리 절차가 어디까지 전자계약 시스템에 의해 보호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현장에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자계약이 전세사기 예방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자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등기부 확인이나 권리관계 검증은 계약 당사자와 중개사의 몫으로 남는다. 계약 방식만 디지털로 전환됐을 뿐, 거래 구조 전반의 위험 요소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거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전자계약 활용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 확산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강제력보다는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는 구조 역시 한계로 지적된다. 전자계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거래 과정에서 별다른 불이익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이 굳이 익숙하지 않은 방식을 선택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전자계약이 ‘도입’ 단계를 넘어 거래 현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시스템 접근성과 편의성 개선은 물론, 사고 발생 시 책임 주체와 분쟁 처리 절차를 보다 명확히 하지 않으면 전자계약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계 관계자는 “전자계약이 편리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는 불안이 여전하다”며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종이 계약이 가장 안전하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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