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인천시 남구와 동구가 구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
12일 유정복 인천시장, 박우섭 남구청장, 이흥수 동구청장은 오는 14일 인천시청에서 '인천 가치 재창조를 위한 자치구 명칭 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구 이름 교체사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중구·서구·남동구는 일단 이번 교체 대상에서는 빠졌다.
중구는 현재 지리적으로 인천의 가운데는 아니지만 근대기부터 인천의 중심 역할을 해 왔다는 점 때문에, 남동구는 방위 개념의 '남동'을 뜻하는 이름이 아니라는 점에서 명칭 변경 대상에서 제외됐다.
서구는 남구와 동구의 명칭 변경 과정을 지켜보다 추후 여건이 성숙되면 이름 변경을 추진하기로 했다. 강범석 서구청장도 14일 공동선언문 발표 행사에는 참석한다.
구 이름 교체는 인천 가치 재창조 사업의 하나다.
동서남북 방위 개념의 구 이름이 지역 고유의 가치를 담지 못하는 점을 고려, 지역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새 이름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아울러 도시 확장으로 구 이름이 이젠 실제 방위와 맞지 않는 점도 개명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다. 현재 동구는 위치상 인천의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바뀌었고 남구는 인천의 가운데에 있다.
새로운 이름으로는 남구가 문학구 또는 미추홀구, 동구는 화도구·송현구 등이 거론된다.
행정자치구역 통폐합 때나 분구로 인해 행정구역 명칭이 바뀐 적은 있어도 기초자치단체가 스스로 이름을 바꾸는 사례는 전국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구 이름 교체까진 수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현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자치단체 행정구역 명칭 변경 절차는 대상지실태조사, 기본계획 수립, 지방의회 의견 수렴, 시·도지사에 건의, 검토보고 및 법률안 작성,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상정, 국회 제출, 공포 순이다.
가장 핵심 단계는 지방의회가 주민 여론을 수렴해 시장에게 건의하는 과정이다.
행정자치부 행정구역 실무편람은 명칭 변경 조건으로 '주민 상당수가 행정구역 명칭 개정에 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함'이라고 명시했다.
'주민 상당수'가 전체 주민 중 어느 정도의 비율에 해당하는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시는 내년 4월까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주민 여론을 수렴하며 구 명칭 변경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는 구 1곳당 약 25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정부에 사업비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가 선도적으로 구 이름을 바꾸면 서울시와 다른 광역시에 행정구역 명칭 변경의 모델이 될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자치구 이름을 보면 동서남북 방위 개념에서 따온 이름들이 수두룩하다.
중구와 동구가 6곳, 서구와 남구가 5곳, 북구가 4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1968년 전국에 구 제도가 시행될 당시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구 이름을 정한 탓에 '동명이인'과 같은 상황이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시 관계자는 "당장 이름을 바꾸려면 예산과 행정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지역 정체성을 담은 이름으로 바꾸면 자치구의 브랜드가치가 높아져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민 여론을 우선시하며 자치구 명칭 변경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