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규제 신속히 완화할 것"…하락시 손실 확대 위험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증시에 연일 놀라울 정도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 단일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허용하기로 해 이후 시장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강한 변동성을 추구하는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에 맞는 상품이라는 진단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로선 손실이 더욱 커질 수도 있는 상품이라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 국내 증시에 연일 놀라울 정도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국내 우량주 단일 종목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허용하기로 해 이후 시장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사진=김상문 기자


29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투자자예탁금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면서 결국 100조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이 100조2826억원을 기록해 역사상 최초로 100조원을 넘겼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매수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맡겨 두거나 주식을 매도한 뒤 인출하지 않은 자금을 뜻한다. 주식 계좌에 담긴 돈이기에 통상 '주식 대기자금'으로 간주된다.

투자자예탁금은 특히 올해가 시작되면서부터 속도감 있게 불어나기 시작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87조8291억원 수준이었던 투자자예탁금은 올해 들어 무려 12조4535억원 증가하며 신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코스피·코스닥 거래대금도 증가하고 있다. 모든 지표가 과거 어느 누구도 본 적이 없는 압도적인 상승장의 징후를 보이고 있다. 자연히 빚을 내서 투자하는 소위 '빚투'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29조245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렇듯 명백한 '전대미문의 상승장'에서도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은 절반 정도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는 워낙 이번 상승이 대형주 중심의 철저한 차별화 장세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상당수는 지수 상승의 반대 방향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에 돈을 실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투자자들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는 미국 주식시장의 제도 한 가지를 국내에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단 간담회에서 “해외에서는 고배율 레버리지 ETF 상품이 출시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비대칭적인 규제로 인해 다양한 ETF에 대한 투자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규제를 신속히 개선해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을 높이기 위해 국내 우량주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 허용을 추진한다”고 말하며 큰 화제가 됐다.

기준이 되는 자산 수익률을 2배 이상 추종할 경우 레버리지 ETF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현재 거래 중인 각종 '코스피 레버리지' ETF들은 코스피200 지수의 2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레버리지 배수를 2배로 제한하고, ETF는 10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만 추종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단일 종목 비중이 30%를 넘지 못하는 점도 대표적인 규제사항이다. 

문제는 젊은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래하기 시작하면서 특정 지수나 종목을 3배 이상 추종하는 고배율 ETF 투자를 경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서학개미'들의 꾸준한 선택을 받고 있는 TQQQ나 SPXL 등의 상품은 각각 나스닥 지수와 S&P500 지수를 무려 3배로 투종하는 ETF들이다. 이미 이러한 상품들의 거래에 익숙해진 투자자들을 국내 시장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선 국내 시장에도 비슷한 성격의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다.

금융위원장의 발언으로 우리 역시 국내 우량주 한 종목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 도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단, 미국에서조차 논란이 많은 3배수 레버리지 상품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종목들에서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우선 반색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레버리지에 너무 몰입하는 투자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수가 지금처럼 강하게 상승할 때는 (각종 레버리지 ETF들의) 성과가 좋을 수 있지만, 시장 색깔이 변화할 경우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빠르게 커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당국은 이번 고위험 상품 확대에 대한 대책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함께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ETF 사전교육을 신설해 의무화하고, 해외 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는 기본 예탁금 적용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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