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하량 15% 급감 속 운반비·시멘트 운송비 급등…건설·제조사 입장차 뚜렷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올해 건설업계 전반의 흐름을 가늠할 수도권 레미콘 단가 협상이 시작부터 난기류에 휩싸였다. 건설경기 침체로 레미콘 수요가 급감한 가운데 제조업계는 원가 부담 급증을 이유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협상 테이블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 건설 현장의 레미콘 트럭./사진=김상문 기자

29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협의체인 영우회는 최근 주요 건설사와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에 2026년도 레미콘 단가 협상을 공식 요청했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건설사와 제조사 모두 물러설 여지가 크지 않아 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건설업계는 수도권 레미콘 출하량은 수요 절벽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전례 없는 시황 악화를 이유로 가격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수도권 누적 출하량은 약 1630만 ㎥로, 전년 동기(약 1906만 ㎥) 대비 14.5% 감소했다. 

착공 지연과 현장 중단이 이어지면서 레미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레미콘 단가가 하향 조정된 점도 건설업계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대구가 5.0% 인하된 것을 비롯해 수도권(-2.5%), 부산·김해·양산(-1.9%), 대전(-3.1%), 구미(-3.7%), 광주(-1.1%) 등 대부분 권역에서 단가가 낮아졌다. 

해를 넘겨 올해 1월 협상을 마친 서산 권역 역시 1.4% 인하를 확정지으며 가격 하방 압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줬다.

반면 레미콘 제조업계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내 시멘트 수요는 약 3650만 톤으로 전년 대비 16.5% 감소하는 등 시멘트와 마찬가지로 34년 만의 최저치를 갱신했다.

여기에 믹서트럭 차주들의 운반비 인상 요구는 매년 반복돼 온 만큼 올해 역시 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여기에 화물차 안전운임제 부활이라는 변수까지 겹쳤다. 정부가 올해부터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를 활용한 시멘트 육상 운송비를 17% 이상 인상하면서 레미콘 제조사들은 시멘트 가격과 운송비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됐다.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출하량은 줄었는데 원가는 오르는 역사이클에 빠졌다”며 “단가에 일정 부분이라도 반영되지 않으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수도권 협상 결과는 전국 레미콘 단가의 향방을 가를 기준점이라는 점에서 파급력도 크다. 그동안 수도권 협상은 이후 진행되는 지방 권역 협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해왔다. 수도권에서 합의가 지연되거나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지방 협상 역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을 단순한 가격 다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는 단가 문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레미콘 산업 전반의 공급 안정성과 체력 유지가 걸린 사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수요 침체로 문제가 드러나지 않지만 경기 회복 국면에서 공급 여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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