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관세 25% 재인상’ 발언을 계기로 대미투자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 입법 지연을 관세 재인상 발언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신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겉으로는 특별법의 입법 지연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미국 기업을 둘러싼 한국의 규제 정책 전반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입법부가 무역 합의를 입법화하지 않아 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도출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8일 CNBC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승인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다”며 “무역 합의에 서명한다면 상황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관세 인상 조치를 실행할 행정명령이나 관보 게재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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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경북 경주박물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0.29./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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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느닷없는 관세 재인상 발언에도 정부는 ‘관리 가능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적인 외교 채널이 아닌 개인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데 이미 익숙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다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이것이 어쩌면 미국 정부의 오늘날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잘 대응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간 조인트 팩트시트가 있고, 미국 일각에서 그 이행이 좀 늦는 것 아닌가 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야기를 해서 (트럼프의 SNS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에서 급하게 미국을 찾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2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을 만나 미국 측의 진의를 파악하고 한국 정부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국내 산업계 및 관계 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미국 측과 통상 현안 개선 방안을 협의하겠다"며 "양국 간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내 입법 진행 상황에 대해 오해가 없도록 잘 설명하고, 미국과의 협력·투자와 관련해서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런 내용을 충실히 잘 설명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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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범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6.1.9./사진=연합뉴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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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언의 원인으로 국회의 입법 지연을 지목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한국 국회가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지 않아 관세 합의 이행이 지연되는 데 불만이 있는 것 같다”며 “법안 처리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 문제나 온라인플랫폼법 도입 등이 관세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미국의 불만은 국회 입법 지연에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도 그렇게 답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미투자특별법은 정상적인 입법 절차를 밟고 있다”며 “현재 5개 법안이 발의돼 있고 제정법인 만큼 숙려기간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숙려기간이 종료된 만큼 국민의힘과 합의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비준 여부와 관계없이 특별법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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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6년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갖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오른쪽 세 번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오른쪽 두 번째),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6년 1월 19일부터 23일까지 다보스에서 개최된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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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미국 정부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국회 승인’ 문제 외에도 쿠팡 문제나 한국의 플랫폼 규제에 대한 불만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시각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7일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한국이 약속을 신속히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만 계속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다”면서 한국의 규제 정책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그리어 대표는 “한국이 3500억 달러 투자, 미국산 자동차 시장 진입 확대, 농산물 비관세 장벽 철폐 등을 약속했지만 관련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디지털 서비스 관련 규제 법안을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미국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 공화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관련 SNS 게시물을 공유하며 “이것은 쿠팡과 같은 미국 기업들을 부당하게 겨냥할 때 발생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언이 표면적으로는 입법 지연을 겨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인상 발언이 입법 지연 문제를 넘어 쿠팡·온라인플랫폼법 등 규제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같은 상황에 대해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미국에서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한국의 디지털 규제, 쿠팡 사태 등에 대해 미국의 불만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런 내용이 관세 같은 본질적 이슈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며 "이는 나라별로 이슈가 항상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슈들은 잘 관리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쿠팡 이슈도 미국에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면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보다 훨씬 더 세게, 어느 나라 정부든 (세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소비자 권익이나 이해에 대해 훨씬 더 강한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면 미국 정부도 납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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