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수연동예금(ELD)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LD는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고금리를 제공하는 특징을 가져, 안정형 투자를 지향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정기예금을 대체할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코스피 급등으로 은행이 설정한 상승률을 훨씬 추월하는 등 고객에게 최저수익률만 안기게 됐다. 어이업게도 증시는 불기둥을 형성하고 있지만 가입자들은 되레 기회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에 은행들이 상품 판매를 보류·중단하는 모습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ELD 상품을 판매 중인 곳은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 두 곳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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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지수연동예금(ELD) 상품을 판매하던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LD는 원금을 보장하면서 주가지수 상승률에 따라 고금리를 제공하는 특징을 가져, 안정형 투자를 지향하는 금융소비자에게 정기예금을 대체할 대안으로 꼽혔다. 하지만 코스피 급등으로 은행이 설정한 상승률을 훨씬 추월하는 등 고객에게 최저수익률만 안기게 되자, 은행들이 상품 판매를 보류·중단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신한은행 본점 현황판 사진 (1월 29일 15시 30분 촬영)./사진=신한은행 제공 |
KB국민은행은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KB Star 지수연동예금 26-1호'를 500억원 한도로 판매하고 있다. 상품은 △상승추구형(최저이율보장형) 연 2.80~3.00% △상승낙아웃형(고수익추구형) 연 1.80~11.2% △상승낙아웃형(최저이율보장형) 연 2.45~5.65% 등 3종으로 판매된다. 만기 12개월을 기준으로 하며, 1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최저·최고 금리차가 큰 고수익추구형의 경우 결정지수(상품 만기일 코스피200지수)가 기준지수(가입일 코스피200지수) 대비 0~20% 이하로 상승한 경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정확히 20.0% 상승했을 경우 원금과 연 11.2%의 이자를 거머쥘 수 있는 셈이다. 대신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0%를 초과 상승해선 안 되며, 한 번이라도 20%를 초과 상승할 경우 수익률은 연 2.10%로 확정된다.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하락한 경우 금리는 연 1.80%로 확정된다.
하나은행은 지난 23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지수플러스 정기예금 26-2호'를 1000억원 한도로 청약받고 있다. 상품은 △적극형 연 2.75~3.25% △고수익추구형 연 1.70~8.00% △적극형(6개월 만기) 연 2.75~3.23% 등 3종으로 판매된다. 적극형을 제외한 두 상품의 만기는 12개월을 기준으로 하며, 일괄 100만원 이상부터 가입할 수 있다.
고수익추구형의 상품구조를 살펴보면, 다음달 4일 코스피200 종가를 '기준지수'로, 내년 2월1일 코스피200 종가를 '결정지수'로 각각 삼는다.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0~25% 이하로 상승한 경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정확히 25.0% 상승했을 경우 원금과 연 8.00%의 이자를 수령할 수 있다. 대신 결정지수가 기준지수 대비 25% 초과 상승해선 안 되며, 한 번이라도 25.0%를 초과 상승했을 경우 수익률은 연 1.70%로 확정된다. 반대로 결정지수가 기준지수보다 같거나 하락할 경우도 연 1.70%로 확정된다.
그 외 NH농협은행은 연일 급등하는 코스피지수를 의식해 ELD 상품 판매를 잠정 보류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6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청약을 받을 예정이던 '세이프지수연동예금 코스피200 보장강화 26-01호' 3종 판매를 중단했다.
ELD는 그동안 저금리 장기화 여파로 정기예금을 대체할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정기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을 최대 1억원까지 보장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힘입어 상품 가입액은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의 연간 ELD 판매액은 △2023년 2조 2303억원 △2024년 7조 3733억원 △2025년 12조 3338억원 등 매년 급증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1년 새 약 5조원의 자금이 추가 유입된 셈이다.
실제 지난해 상품을 판매할 당시에는 주가가 3000선에서만 오르내려 은행들도 판매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3000대를 횡보하던 코스피지수가 10월 말 4000선을 돌파했고, 새해들어 지난 28일 5000, 전날 5200선마저 각각 돌파했다. 이 여파로 지난해 상반기에 판매한 상품 대부분이 최저 수익률을 제공하게 됐다. 상품에 따라서는 만기 1년을 기다린 고객에게 1%대의 이자를 제공하게 돼 사실상 정기예금보다 못한 수익률을 안기게 됐다.
상품을 판매할 당시 그 누구도 코스피 5000 돌파를 예측하지 못했던 만큼, 판매를 권유하는 은행으로서도 매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워낙 활황이니 ELD를 개발하는 상품팀도 주가흐름을 고민해서 상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가 20% 미만으로 상승하면 수익을 거둘 수 있다지만 언제까지 주가가 상승할 지도 모르니 주가추이를 보면서 상품 출시일을 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고객을 상대로 ELD 판매를 권유해야 하는 영업점 직원들로선 홍콩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만큼, 고객이 투자한 1년의 보답으로 최저수익률을 제공하는 게 달갑지 않다는 의견이다. 증권업계가 원금에 최고 연 8%의 이자를 제공하는 '종합투자계좌(IMA)'를 내놓은 실정에 은행원이 '원금+1%대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건 도리어 은행 이미지만 훼손하는 꼴이라는 시각이다.
해당 관계자는 "상품출시를 계획하면 영업점 직원들도 상품을 숙지하고 판매를 권유해야 하는데, 홍콩ELS 사태도 있었다보니 판매에 더 신중한 점도 있다"며 "코스피가 연일 급등하니 고객의 기회비용(1년 투자에 따른 수익)만 날리게 돼 오히려 고객 신뢰도를 잃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권은 코스피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도 하락세도 아닌,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때 ELD 상품 판매가 본격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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