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타국은 ATM…관세 더 높일 수 있어"
자동차 업계 "가격·투자 전략 모두 재검토 불가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이 또 한 번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한미 협상을 통해 관세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였지만 불과 몇 달 만에 관세 변수가 재점화되며 완성차 업계는 투자 전략과 공급망, 가격 정책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관세를 단기적 악재가 아닌 반복 가능성을 전제로 한 '상시 리스크'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을 '현금인출기(ATM)'에 비유하며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펜 한 번만 휘두르면 막대한 관세 수입을 거둘 수 있다며, 그간 유지해온 유화적 태도를 철회할 수 있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사상 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 '쇼크'… 관세 비용만 7.2조 원

관세 리스크는 이미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 구조를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나란히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186조2545억 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1조4679억 원에 그치며 19.5% 감소했다. 기아 역시 매출 114조14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8.3% 줄어든 9조781억 원에 머물렀다.

수익성을 갉아먹은 결정적 요인은 미국 자동차 관세다. 양사가 공개한 지난해 관세 지불액은 합산 7조2030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가 4조1100억 원, 기아가 3조930억 원을 각각 관세 비용으로 부담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현대차 1조5000억 원, 기아 1조220억 원의 이익이 관세 영향으로 사라지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 상당 부분이 관세 비용으로 상쇄된 셈이다.

이러한 실적 악화는 지난해 4월부터 부과된 25%의 고율 관세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미 무역 합의를 통해 관세율이 15%로 낮아졌으나, 이미 25% 세율이 적용된 재고 물량이 4분기에 집중적으로 판매되면서 인하 효과가 실적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 관세, 불확실성 장기화…경영 패러다임 재편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며 강경 발언과 완화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최근 발언이 관세 정책을 언제든 협상의 지렛대로 다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분석한다. 관세를 일시적 변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관세 정책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사업 구조 자체를 관세 변동을 전제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급망 전 과정을 재점검하고, 미국 내 현지 생산과 조달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구조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전략 역시 안갯속이다. 관세 인상분을 차량 가격에 반영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돼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반대로 기업이 비용을 모두 흡수하면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투입할 재원이 고갈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특히 테슬라 등 현지 업체와의 점유율 싸움이 치열한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산 차량에 부과되는 고율 관세는 치명적인 요인이다.

결국 한국 자동차 산업은 생존을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과 피지컬 AI 기술 확보 등 차별화된 하이테크 경쟁력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드웨어 수출이 관세 장벽에 막힌다면, 무형의 기술 자산과 서비스 경쟁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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