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난·고임금 ‘이중고’에 로봇 도입 선택 아닌 필수…외식업계 뉴노멀 정착
치킨·피자 등 위험한 주방 업무부터 대체…"맛 표준화·직원 안전 동시 해결"
초기 비용 부담 덜어주는 ‘렌털(RaaS)’ 모델과 정부 육성책 맞물려 도입 가속도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사람이 전담하던 영역을 로봇과 기술이 대체하거나 보조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고 있다. 심화하는 구인난과 인건비 상승, 고물가라는 삼중고 속에 나온 돌파구이자 ‘푸드테크(Food-Tech)’를 미래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려는 정책적 지원이 맞물린 구조적 변화라는 분석이다.

   
▲ bhc가 LG전자 자회사 베어로보틱스와 공동 개발한 튀김 요리용 자동화 로봇인 튀봇./사진=다이닝브랜즈그룹 제공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사이에서 로봇 도입은 이제 '옵션'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로봇은 단순 노동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매장의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핵심 솔루션으로 평가받는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고객의 눈에 보이지 않는 '주방'이다. 그동안 홀 서빙 로봇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치킨, 피자, 한식 등 조리 과정이 힘들고 위험한 업종을 중심으로 ‘조리 로봇(Cooking Robot)’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교촌치킨, bhc치킨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가맹점에 튀김 로봇 도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튀김 로봇은 170도 이상의 뜨거운 기름 앞에서 하루 종일 닭을 튀겨야 하는 고된 노동을 대신한다. 반죽이 묻은 닭을 바스켓에 담아주기만 하면, 로봇 팔이 정해진 시간과 온도에 맞춰 튀기고 기름 털기까지 수행한다.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한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사람이 튀길 때는 간혹 덜 익거나 타는 실수가 생기기도 하고, 직원들이 화상을 입거나 힘들어 그만두는 경우도 있었다"며 "로봇은 지치지 않고 본사가 정한 레시피대로 정확하게 조리하기 때문에 '맛의 표준화'가 가능하고, 점주는 고객 응대나 매장 청결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자나 커피 업계도 마찬가지다. 도우를 펴고 소스를 바르는 로봇, 균일한 맛의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 로봇은 인력 의존도가 높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을 '기술 집약적'으로 바꾸고 있다.

홀과 매장 밖에서는 ‘이동형 로봇’이 활약 중이다. 브이디컴퍼니, 배달의민족 등이 보급한 서빙 로봇은 이제 식당의 기본 옵션이 됐다. 단순 서빙뿐만 아니라 빈 그릇을 치우는 퇴식, 고객 안내 기능까지 수행하며 매장의 '막내 직원'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근에는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실외 배달 로봇’ 시장도 열렸다. 지능형 로봇법 시행으로 로봇의 보도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근거리 배달에 로봇을 투입하고 있다. 배달 라이더를 구하기 힘든 악천후나, 배달비가 부담스러운 1인 가구 주문 수요를 로봇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로봇 도입이 빨라진 배경에는 금융 기법의 진화도 한몫 했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로봇을 일시불로 구매하는 대신, 월 이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RaaS(서비스형 로봇)’ 모델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통신사(KT, LG유플러스)나 보안업체(SK쉴더스), 로봇 전문 렌털사와 제휴를 맺고 가맹점주에게 합리적인 렌털 상품을 제공한다. 월 30~50만 원 수준의 비용으로 로봇을 이용할 수 있어 인건비보다 저렴하고, 계약 기간 동안 정기 점검과 고장 수리(AS)까지 보장 받는다. 이는 초기 투자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로봇 대중화의 기폭제가 됐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푸드테크를 농식품 산업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지목하고, 관련 유니콘 기업 육성과 로봇 보급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상점 기술 보급 사업 등을 통해 소상공인의 로봇 도입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종민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외식업계의 구인난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상수가 됐다"며 "앞으로 프랜차이즈 경쟁력은 단순히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는 것을 넘어, 로봇과 푸드테크를 활용해 얼마나 효율적인 매장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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