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90만닉스' 노래 불러 샀더니"… 외국인 폭탄 매도에 87만원 '털썩' -
장 초반 1.4조 '패닉 바잉' 나선 개미들, -4% 급락에 '멘붕'… "구조대 없나요"
[미디어펜=홍샛별 기자]직장인 박 모(34)씨는 지난 주말 내내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SK하이닉스가 사상 첫 90만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에 주식 커뮤니티마다 "차를 바꿨다", "오늘 회식은 소고기다"라는 수익 인증글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나만 벼락거지가 될 수 없다'는 불안감(FOMO)에 시달리던 박 씨는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SK하이닉스 매수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불과 2시간 뒤, 그의 계좌는 처참한 파란불(손실)로 바뀌었다.

   
▲ 2일 오전 코스피가 외국인 매물 폭탄에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90만닉스'를 기대하고 SK하이닉스를 추격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 4%대 주가 급락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8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3만9000원(-4.29%) 급락한 87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 잠시 반등하나 싶었으나, 외국인의 거센 매도세에 90만원 고지는커녕 88만원 선마저 내어줬다. 코스피 지수 역시 1.2% 넘게 빠지며 5150선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날 시장은 말 그대로 '개미들의 무덤'이었다. 주말 간 증폭된 매수 심리가 폭발하며 개인 투자자들은 장 초반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4755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는 '패닉 바잉'에 나섰다. 반면, 외국인은 1조4999억 원을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집중했다. 개미들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받아낸 물량이 결국 외국인이 던진 '폭탄'인 셈이다.

이에 따라 주식 커뮤니티의 분위기도 주말과는 180도 달라졌다. "100만 원 간다"던 환호성은 "고점에 물렸다, 구조대 언제 오냐"는 비명으로 바뀌었다. 주말에 '소고기'를 논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고점에 물량을 떠안은 이른바 '설거지'를 당했다는 자조만 가득하다.

SK하이닉스 종목 토론방의 한 투자자는 "시초가에 샀는데 사자마자 -4%다. 주말에 배 아파서 잠 못 잤는데, 오늘은 무서워서 잠이 안 올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외국인이 다 던지고 도망갈 줄 몰랐다. 이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그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렇다고 삼성전자 주주들이 웃은 것도 아니다. SK하이닉스의 독주 속에 소외감을 느꼈던 삼성전자 주주들은 내심 '키 맞추기(순환매)' 반등을 기대했으나, 삼성전자 역시 같은 시각 1.3%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주 커뮤니티에는 "형님(하이닉스)이 빠지면 아우(삼성전자)라도 올라야 하는데 같이 죽는다", "하이닉스 갈아타려다 참았는데 둘 다 파란불이라니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과열된 심리에 휩쓸린 '뇌동매매'를 가장 경계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말 사이 과도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월요일 장 초반 개인 수급이 쏠렸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 매물을 이기지 못한 전형적인 '뉴스에 팔아라' 장세"라며 "낙폭이 4%대로 깊어진 만큼 섣불리 물타기에 나서기보다 수급 주체들의 동향을 살피며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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