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 지원 강화, 특화 기업평가 구축, 구조조정 확대, 거버넌스 구축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나라 기업부채비율이 110%를 넘어서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투자 확대'가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주요국 기업들이 부채 구조조정에 나설 때 국내 기업들이 부동산투자를 늘린 까닭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간과 함께 5년간 1240조원을 생산적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선결조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2일 한국금융연구원이 펴낸 금융브리프 포커스 '기업대출의 생산적 금융 기여 분석과 관련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대출자금을 추세적으로 저부가가치·저생산성 업종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지난 10년(2015~2024년) 간 공급된 기업대출을 산업군별·기업규모별로 분석한 결과, 과거 10년 간 급증한 국내 기업대출은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건설·부동산업권과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에서 대폭 늘어났다. 

   
▲ 우리나라 기업부채비율이 110%를 넘어서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부동산 투자 확대'가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주요국 기업들이 부채 구조조정에 나설 때 국내 기업들이 부동산투자를 늘린 까닭이다. 이재명 정부가 민간과 함께 5년간 1240조원을 생산적금융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가 혁신기업을 중심으로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선결조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선 산업군별 기업대출 비중을 살펴보면 제조업이 2015년 37.0%에서 2024년 27.1%로 대폭 하락한 반면, 건설·부동산업이 같은 기간 22.7%에서 32.4%로 급등했다. 서비스업권도 35.7%에서 36.0%로 소폭 상승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총 1706조 9000억원 중 대기업에 628조 6000억원(점유율 36.8%), 중소기업에 1078조 3000억원(63.2%)이 각각 공급됐다. 

기업대출(대출+채권+정부융자)이 확대 공급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부터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기업부채비율(국내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은 지난 2024년 110.6%를 기록해 △세계 평균 89.5% △선진국 86.7% △개발도상국 93.7%에 견줘 압도적으로 높았다. 지난 2018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기업부채비율은 선진국 평균값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코로나19 시기부터 대출이 본격 확대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세계적으로 기업부채비율이 최정점을 찍은 2020년 당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건전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 이후에도 거듭 상승곡선을 그려나갔다. 2020년 이후부터 해외 기업들이 부채 다이어트에 나서며 건전성 강화에 나선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팬데믹 이후 기업들에게 확대 공급된 자금은 어떻게 활용됐을까. 금융연구원이 국내 기업의 금융권 차입을 실증분석한 결과, △건설·부동산업 △서비스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출 자금을 부동산자산에 대거 투입했다. 또 지난 10년간 산업군별 자원배분 효율성을 분석한 결과, △건설·부동산업 △제조업 △서비스업 순으로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컸다. 특히 2019년 이후 건설·부동산업군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지속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집필한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팬데믹 위기 이후 일반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인식되는 부동산 관련 업종 및 부동산자산 형성을 위한 기업의 자금조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자원배분 비효율성이 크게 확대되고 산업 전반의 생산성 하락으로 연결됐다"고 평가했다.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신용공급이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 및 어떤 자산 형성으로 연결되는지에 따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에 정부가 가계 중심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기업으로 유도하되, 금융기관의 자금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금융 자금중개기능의 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혁신기업 금융정책 강화 △모험자본 특화 기업평가시스템 구축 및 회수시장 다변화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M&A) △거버넌스 구축 등 4가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기업 혁신 부문으로의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한 금융정책 변화를 제언했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RW) 상향이나 주택신용보증 출연료율 인상 외에도 기업대출 및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 하향 조정을 제시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주담대 RW를 15%에서 20%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대출 및 지분투자에 대한 RW가 각각 50~150%, 250~400%로 주담대 대비 대출은 최대 7.5배, 지분투자는 최대 20배에 달했다. 은행이 추가 자본을 확충하거나 당국이 RW를 하향 조정해주지 않는 이상 혁신기업 대출 확대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생산적금융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거버넌스 구축도 주요 요소로 꼽혔다. 신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성장펀드 등 대규모 자금 운용은 강력한 투명성, 혁신성, 책임성을 갖고 투자결정과 사후관리를 수행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며 "투자 목표치 달성에만 치중할 경우, 엄정한 사업성 심사가 결여되거나 기존 한계기업의 연명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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