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 1000여 명이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에 반발해 검사 임용의 첫 단추 격인 실무시험을 집단 거부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부터 전국 25개 로스쿨에서 치른 '검찰실무' 과목 기말고사에 2·3학년 수강생 1025명 중 10명만이 응시했다. 나머지 1015명은 결시했다.

검찰실무는 법무부에서 각 로스쿨에 파견한 검사가 한 학기 동안 가르친 뒤 전 학교에서 같은 시간에 동일한 문제로 기말고사를 보는 과목이다. 졸업 후 검사가 되려면 반드시 들어야 한다. 시험 거부는 곧 검사 임용을 거부한 것이다.

로스쿨 학생협의회(법학협) 관계자는 "모든 학생이 듣는 과목은 아니지만 (졸업 후 보는) 변호사시험과 내용이 겹쳐 상당수가 수강한다"며 "그럼에도 보이콧을 한 것은 법무부에 우리의 강경한 입장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모임인 한국법조인협회(헌법협)도 성명을 내고 "법무부가 무리하게 시험을 강행해 전면 거부 사태를 유발했다"며 "재학생의 의지와 결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법무부 관계자는 "검찰실무 시험은 법무부 주관이 아니고 로스쿨 학사일정 중 하나"라며 "검사 지망생들이 보지만 검사 임용에 많이 반영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로스쿨 학생들이 이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법무부가 사시를 2021년까지 4년간 더 존속시키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이미 학사 일정과 변호사시험 응시도 거부했다.

검찰실무처럼 로스쿨 파견 사법연수원 교수가 주관하는 '형사재판 실무' 시험은 이달 5일 예정에서 잠정 연기됐다. 전국 단위인 검찰실무 시험을 집단 거부하면서 변호사시험 파행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사법시험 고시생 측은 몇몇 로스쿨 학생회가 학생들에게 집단행동 동참을 강요하고 있다며 학생회 임원들을 형사고발했다. 한법협은 임원들을 위해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리겠다고 했다.

다음 달 4∼8일 치르는 변호사시험도 이달 23일부터 출제위원들이 합숙에 들어가 출제를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로스쿨 교수들의 출제거부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 시험 문제 마련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