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한때 모 은행 직원이었던 퇴직자 A는 같은 은행 현역 직원인 배우자(심사역), 입행동기(심사센터장, 지점장) 등과 공모하는 등의 방법으로 7년간 51건에 걸쳐 78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부당대출을 받거나 알선했다.
#2. 모 은행 직원이었던 퇴직자 B는 본인 소유 지식산업센터(은행 여신거래처)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기 위해 은행 고위 임원에게 부정청탁을 했고, 끝내 지식산업센터 내 점포를 유치했다. 해당 임원은 실무직원의 반대에도 불구 4차례의 재검토를 지시해 끝내 점포를 입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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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최초로 은행권과 새 이해상충방지 지침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은행권에서 횡행하는 이 같은 친분 활용 부당거래가 앞으로 근절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최초로 은행권과 새 이해상충방지 지침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금감원의 새 지침 마련은 은행을 대상으로 한 검사 과정에서 전·현직 임직원, 그의 가족·친인척, 입행동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관여된 부당거래(대출, 임대차 계약 등) 사례가 다수 발견된 까닭이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의 은행감독준칙에 따르면, 금융회사 이해관계자 및 이해관계자 거래는 폭넓게 정의되고 있다. 우선 이해관계자의 경우 대주주, 임원 외 주요 직원,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족 및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거래는 신용공여 외 용역거래, 자산 구매·판매, 공사·임대계약 등을 포괄적으로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해관계자의 범주 및 개념이 부재한 실정이다. 현행 국내 은행법에서는 이해관계자를 별도로 정의하지 않는 대신, 대주주(배우자,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포함)에 대한 신용공여를 중심으로 규율하고 있다. 은행도 이해상충 및 부당거래 방지 의무를 윤리규정과 같은 내규에서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사고 당사자의 자발적 신고가 아니라면 은행이 부당거래를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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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이해상충 방지지침./자료=금융감독원 제공 |
이에 금감원은 은행연합회, 8개 은행과 TF를 구성하고, BCBS은행감독준칙 및 최근 검사 사례 등을 참고해 새 지침을 마련했다. 새 지침은 △이해관계자의 정의 △이해관계자 거래 범위 △사전·사후 내부통제 절차 등을 고루 담고 있다.
우선 이해관계자의 정의에 대해 금감원은 '직원 본인과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자로서, 대주주·특수관계인, 전·현직 임직원 및 그의 가족, 기타 임직원이 본인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자'로 규정했다. 이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준용한 것으로, 이 중 가족은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등을 모두 포괄한다. 또 은행원 본인이 기존 거래관계, 학연, 지연, 상급자와의 관계 등으로 이해관계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이해관계자의 범주에 들어간다.
이해관계자 거래는 △신용공여 △지분증권 취득 △임대차·자산·용역 거래 △기부금 및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 제공 등으로 규정했다. 다만 전자금융거래를 할 경우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제외했다. 아울러 자율성·실효성 제고를 위해 거래별로 금액, 거래방법 등의 범위를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통제 제도에 대해서도 사전예방·사후통제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우선 '사전예방'에 대해서는 은행이 이해관계자와의 거래시 일반 조건보다 유리하게 제공하는 것을 원칙상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이와 함께 이해상충 발생을 사전 예방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식별-자진 신고-업무제한 및 회피-취급 기준 강화' 등 취급 단계별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했다. 이에 체크리스트 등으로 모든 관련자의 이해관계자 여부 식별을 앞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또 임직원의 근무이력 등을 고려해 이해상충 소지가 높을 경우 해당 업무 취급을 일정기간 제한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사후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해관계자 거래 관련 내부통제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운영하고, 점검 결과 등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에 은행들은 5년간 점검 결과를 유지·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금감원은 임직원의 자기 점검 일상화, 제보 활성화를 조직 문화로 이식하기 위해 징계, 제보자 보호 및 보상 제도를 마련했다. 우선 내부통제 기준 위반에 대해서는 손실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징계 대상으로 정하고, 손실 발생 여부 등은 가중 사유로 반영했다. 이에 은행은 △내부통제 준수 여부 △손실 최소화 노력 △형사처벌 또는 과태료 부과 대상 행위 △은행의 손실발생액 등을 징계·감경·면책 등에 반영해야 한다. 또 은행들이 시행 중인 준법제보 제도를 활용해 제보자에 대한 보호 및 보상을 추진하도록 했다.
한편 새 지침은 은행연합회의 의결에 따라 자율규제로 제정됐다. 각 은행이 세부 내부통제 기준 등을 마련·구축하는 점을 고려해 오는 7월부터 새 지침이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지침은 이해관계자·대상 거래 유형을 다양화·구체화하고, 은행이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제도를 마련함에 있어 요구되는 필요·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은행권 전반의 이해상충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역량 제고, 조직문화 조성 및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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