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최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새벽·야간 배송 택배기사의 주간 노동시간 상한을 주 46시간으로 제한하는 절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당초 주 40시간 제한이 논의됐으나 현장의 반발을 고려해 일부 완화된 형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조정이 단순한 노동시간 단축을 넘어 택배 산업의 비용 구조 전반을 흔드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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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규제는 작업시간이 줄어든 만큼 동일한 물량을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업계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정부는 산업의학팀 권고 4대 원칙의 절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야간배송 택배기사 주간 총 노동시간 상한(46~50시간) 설정 △하루 8시간 초과근무 제한 △새벽배송 마감시간(6시) 압박 금지 및 마감 미준수 불이익 금지 △택배기사 분류작업 배제 및 연속근무 시 의무휴무 보장 등이다.
그간 택배업계는 지금까지 대체로 기사 개인의 자율성과 관행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
특수고용 형태인 택배기사들은 노동기준법의 근로시간 상한 적용을 받지 않아 실질적으로 하루·주간 노동시간 제한이 사실상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물량이 많을 경우 기사들은 자발적으로 긴 시간을 일하며 배송량을 처리해 왔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작업시간이 줄어든 만큼 동일한 물량을 제한된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업계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기사 개인의 노동시간 연장으로 흡수해오던 물량을 이제는 구조적으로 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택배사들은 인력 확충과 터미널 자동화 설비 확대, 배송 권역 조정 등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 인력 투입은 인건비 상승으로, 자동화 투자는 설비비 및 감가상각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물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시간을 묶으면 결국 추가 인력이나 설비 투자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이 비용을 내부적으로만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 재조정 역시 간선 운송비와 운영비 증가 요인이 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어떤 방식을 택하든 총비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같은 대응 비용 증가는 택배사의 원가 구조를 흔들고 결국 단가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거론된다.
원가가 상승할 경우 기본적으로는 건당 제공되는 서비스 가격을 조정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이유다. 특히 B2B 계약에 기반한 대형 화주 물량의 경우, 기존 낮은 계약 단가가 유지돼 왔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형 화주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단가 조정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아울러 ‘새벽·야간 배송’과 같이 노동시간 제한에 민감한 구간은 별도 요금 체계 도입의 명분이 커질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제 새벽배송이 현재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서비스 중 하나로 꼽히면서다.
한국소비자원이 2022년 발표한 온라인 거래·배송 서비스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새벽배송을 ‘재이용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에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3년 실시한 이커머스 이용행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새벽배송은 생활 편의를 크게 높인다”고 평가했으며 서비스 축소 시 불편이 예상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이는 새벽배송이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 소비 방식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결국 노동시간 규제가 곧바로 새벽배송 축소나 제한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 편익 저하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노동시간 제한은 기사 보호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진전이지만, 그 비용 부담을 기업들만이 떠안는 구조가 돼선 안 된다”며 “단가 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서비스 축소나 산업 생태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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