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농약 사이다' 재판이 장기전에 돌입할 전망이다.

   
▲ '농약사이다 할머니' 살해사건의 피의자 박모(82)씨가 지난 7월 2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제1호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구지법은 피고인 박모(82) 할머니가 1심 무기징역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박 할머니는 대구고법에서 2심 재판을 받는다.

박 할머니는 지난 7월 경북 상주시 한 마을회관에서 사이다에 농약을 몰래 넣어 이를 마신 할머니 6명 가운데 2명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 및 살인미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11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미리 범행도구인 농약을 준비해 사이다에 넣고 이를 모르는 피해자들이 이 사이다를 마시게 했다"면서 "피고인은 범행 뒤 피해자들을 구호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방치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닷새간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유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앞서 1심 재판에서 박 할머니가 사건 전날 화투를 치다가 심하게 다퉜다는 피해자 진술, 피고인 옷과 전동휠체어, 지팡이 등 21곳에서 농약(메소밀) 성분이 검출된 점, 집에서 농약 성분이 든 드링크제 병이 나온 점, 50여분 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구조 노력을 하지 않는 등 범행 전후 미심쩍은 행동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지문 등 직접 증거가 없고 범행 동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1심 재판 과정에 직접 증거가 나오지 않았고 그나마 제시한 간접 증거들도 의문점이 많은 내용들이다"면서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