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저가 공세에 모듈값 하락…국내 실리콘 생태계 고사 위기
'태양광계 HBM' 탠덤 셀…마의 효율 30% 뚫고 질적 시장 공략
한화큐셀, 2027년 양산…기술 초격차로 프리미엄 시장 사수
[미디어펜=김동하 기자]중국발 태양광 공급 과잉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태양광 업계가 기존 실리콘 셀의 한계를 뛰어넘는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셀(Tandem Cell)' 상용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격 경쟁이 불가능한 범용 시장 대신 기술 장벽이 높은 차세대 시장을 선점해 생존을 모색하겠다는 승부수다.

   
▲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이 2021년 완공한 미국 텍사스주 16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사진=한화솔루션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W)당 10센트 초반대까지 떨어지며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내수 경기 침체 타개를 위해 창고에 쌓인 재고 물량을 글로벌 시장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중국산 프리미엄을 누리는 OCI(폴리실리콘)를 제외하면 국내 잉곳·웨이퍼·셀·모듈 기업들은 생존의 기로에 섰다. 가동률을 줄이는 것을 넘어 사업 철수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이미 중국이 전 세계 태양광 공급망(밸류체인)의 80% 이상을 장악한 상황에서, 범용 제품인 '실리콘 셀'로는 아무리 공정 효율을 높여도 중국의 '인해전술식' 가격 경쟁력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K-태양광이 꺼내 든 카드는 '탠덤 셀'이다. 탠덤 셀은 기존 실리콘 셀 위에 차세대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를 얇게 코팅해 만든 '이중 접합' 구조다.

작동 원리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비슷하다. 기존 실리콘 셀은 붉은색(장파장) 빛만 흡수할 수 있었지만 탠덤 셀은 상단의 페로브스카이트가 푸른색(단파장) 빛을 먼저 흡수하고, 하단의 실리콘이 나머지를 흡수한다. 서로 다른 영역의 빛을 동시에 활용하기 때문에 이론적 한계 효율이 29%에 불과한 실리콘 셀과 달리 탠덤 셀은 최대 44%까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탠덤 셀의 상용화 효율 목표를 '마의 30%' 이상으로 잡고 있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국토가 좁아 대규모 태양광 단지 조성이 어려운 한국이나 설치 공간이 제한적인 도심형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시장에서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패널이 사막이나 유휴 부지에 까는 양적 시장을 장악했다면, 한국은 좁은 지붕이나 건물 외벽에서 고효율을 내는 질적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전략"이라며 "반도체로 치면 D램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이 선봉에 섰다. 한화큐셀은 충북 진천 공장에 탠덤 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시제품 생산을 위한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올해 말 시제품을 공개하고, 202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국 주택용 태양광 시장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안보 프리미엄'과 '기술 프리미엄'을 동시에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태양광 굴기'를 앞세운 중국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태양광 기업인 룽지솔라(LONGi)는 지난해 탠덤 셀 연구 효율 33.9%를 달성하며 세계 기록을 경신했다. 징코솔라, 트리나솔라 등도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자칫하면 한국이 먼저 기술을 상용화하고도 압도적인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에 시장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남은 과제는 내구성과 가격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수분과 열에 취약해 20년 이상 야외 비바람을 견뎌야 하는 태양광 패널의 품질 기준을 만족시키기 까다롭다. 또한 복잡한 적층 공정 탓에 높아지는 생산 단가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상용화의 관건이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탠덤 셀은 한국 태양광 제조업이 중국을 따돌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면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1년 안팎으로 좁혀진 만큼, 정부의 전폭적인 R&D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시급한 '골든타임'을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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