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대표 23일 미 하원 법사위 출석, ‘미국 기업 차별’ 쟁점
“쿠팡 사태, 지정학적 이슈 전환”…‘관세 인상’ 명분 작용 우려도
쿠팡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한미서 소비자·투자자 소송 확대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미국 의회가 쿠팡 사안을 공식 조사 대상으로 검토하면서 해당 문제가 기업 이슈를 넘어 한미 통상 갈등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측은 한국 정부의 조사 방식이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일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이하 법사위)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에게 현지시간 23일 열리는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구했다. 법사위는 한국 정부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해 차별적 법 집행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팡 사태’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고강도 조사 역시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다.

앞서 쿠팡 모기업인 쿠팡Inc가 “문서 제출 및 증인 진술을 포함해 법사위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만큼, 로저스 대표의 출석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법사위가 로저스 대표에게 요구한 것은 ‘증언녹취’ 절차로, ‘청문회’와 달리 질의와 증언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법사위가 한국 정부와 쿠팡간의 문서·통신 기록 일체를 제출할 것도 함께 요구한 만큼,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표적화’ 여부를 상세히 검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저스 대표의 미 하원 출석을 앞두고 ‘쿠팡 사태’가 한미간 통상 마찰로 비화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합의 관세율을 15%에서 25%로 높이겠다고 경고한 가운데, 법사위가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결론짓는 다면 관세 인상의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계에서는 한국이 지난 수년간 디지털 영역에서 미국 기업들에 불공정한 조치를 취해 왔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애덤 패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10일(현지시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대담 프로그램에서 “쿠팡 관련 사안은 미국과 한국 간의 지정학적 이슈로 전환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이들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경우 한국은 상당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이와 관련해 쿠팡은 “양국 정부 및 의회 조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 외엔 말을 아끼고 있다. ‘쿠팡 사태’에 한미 정치권이 모두 나선 상황에서 회사 입장을 추가적으로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쿠팡은 정보유출 사고 사실관계와 관련해 ‘쿠팡 전 직원이 3300만개 이상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해 3000여 건의 데이터를 저장했고 이를 모두 삭제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쿠팡 관계자는 “민관합동조사단 발표에서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새로운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고, 쿠팡이 그동안 발표했던 것과 상충되는 내용도 없었다”면서 “쿠팡이 정보유출 규모를 축소하려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실제 고객 보상안도 3300만 여개 계정을 대상으로 지급됐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 사태와 관련해 한미 양국에서 소비자와 투자자의 소송이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쿠팡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미국 시민권자를 대표 원고로 삼고,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에 쿠팡Inc와 김범석 의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쿠팡의 주요 주주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적 대우로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입었다며 한국 정부에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의향서를 전달했다. 이어 미국 투자회사 에이브럼스 캐피털, 두라블 캐피털 파트너스, 폭스헤이븐이 가세하면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대응에 나선 미국 투자사는 총 5곳으로 늘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