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글로벌 해운업계가 탈탄소 전환을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운임은 구조적 하락 압력에 직면하며 ‘이중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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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초대형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 호’./사진=HMM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해사기구(IMO)가 제안한 탄소 가격제는 1년 연기됐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선사들은 이중연료 선박 발주와 친환경 설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실례로 하팍로이드는 최근 중국 조선소와 8척의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4500TEU급) 신조 발주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선박은 2028년부터 2029년까지 인도될 예정이며, 연료 효율을 높이고 기존 선대 대비 연간 최대 35만 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첨단 듀얼 연료 엔진이 탑재된다. 총 투자 규모는 5억 달러 이상으로 알려졌다.
프랑스계 CMA CGM도 2026년까지 인도를 목표로 12척 규모의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발주했다. 이들 선박은 최근 첫 운항을 시작하며 친환경 연료 기반 운항 확대에 나섰다.
규제 시행 시점은 늦춰졌지만 탄소 집약도 지수(CII) 강화와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등 중장기 규제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해운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와 FuelEU Maritime 등 지역 단위 규제가 이미 시행 중이어서, 글로벌 항로를 운영하는 선사들로서는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친환경 해운 전환의 거시적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현행 CII 체계만으로도 전 세계 선박의 탄소 배출 기준이 매년 강화되고 있고, 비친환경 노후선 퇴출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 증가와 달리 운임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해운 분석기관 드류리(Drewry)의 세계 컨테이너 운임 지수(WCI)에 따르면 1월 말 기준 40피트 컨테이너 평균 운임은 2107달러로 전주 대비 4.7%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누적됐던 항만 혼잡이 대부분 해소되고, 팬데믹 기간 발주된 신조선이 본격 투입되며 공급이 빠르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최근 제기되는 홍해 항로 정상화 가능성은 추가 하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그동안 선박들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항해 기간이 10~14일가량 늘어나 실질 선복이 묶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홍해·수에즈 항로가 재개될 경우 항로 단축과 선박 회전율 회복으로 시장에 투입 가능한 선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중동–지중해 항로에서 복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머스크와 하팍로이드가 참여하는 Gemini Cooperation의 인도–지중해 서비스(ME11/IMX)는 오는 11월부터 홍해 경유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는 CMA CGM의 Indamex 등 기존 복귀 노선과도 흐름을 같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항해 기간이 단축되면 동일 선대로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어 실질 선복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신조선 인도와 항로 정상화가 겹칠 경우 운임 하방 압력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해운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HMM은 아시아–유럽 및 미주 노선 비중이 높아 글로벌 운임 변동에 직접 노출돼 있으며, SM상선 역시 미주 중심 노선 구조상 운임 민감도가 높다.
HMM의 경우 이러한 운임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벌크선대를 110척으로 확대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매출과 이익의 상당 부분이 컨테이너 부문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벌크 부문을 키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전략이 진행 중이지만 단기간 내 수익 구조의 중심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해운업계가 친환경 전환을 지속하는 한 구조적 공급 확대와 운임 하락이라는 ‘이중 압박’은 피하기 어렵다”며 “홍해 정상화로 장기 운항 차질에 따른 방어막이 사라질 경우, 고운임 시대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수익성 방어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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