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견희 기자] 트렌드 주기가 짧아지고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패션기업들이 조직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상품 기획부터 생산·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한 체계로 묶는 ‘통합 운영 전략’ 도입이 확산되는 흐름이다. 시장 반응을 실시간 반영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비용을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업계 경쟁 구도도 ‘제품’이 아닌 ‘속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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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상해에 문을 연 헤지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사진=LF 제공 |
1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패션 기업들은 판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상품 기획과 생산 전략에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과거 시즌 단위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시장 반응을 즉시 제품 전략에 반영함으로써 재고 부담을 줄이고 적정 생산량을 유지하는 식이다.
다만 최근 국내 패션 기업들의 행보는 단순 재고 관리에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 트렌드 주기가 짧아진 만큼 시장 환경에서는 한 영역만 잘해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판단 아래 엔드 투 엔드(E2E) 체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기획부터 제조, 물류, 판매, 마케팅, 홍보를 포함한 고객 데이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을 때 시장 변화에 최적화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LF는 브랜드 중심 경영 전략을 축으로 전사 운영 구조를 재편하며 E2E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부에서는 데이터 기반 업무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해 의사결정 효율을 높이고, 전면에서는 브랜드 단위 조직을 중심으로 기획·소싱·영업·마케팅·홍보 기능을 통합 운영하는 방식이다.
LF E2E 전략 대표 브랜드로는 헤지스가 꼽히며, 헤지스의 경우 자체 온라인 플랫폼인 헤지스닷컴도 보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처럼 부서 단위 보고 체계를 거치는 대신 브랜드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구조를 통해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브랜드 단위 협업 회의체를 운영하며 조직 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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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쇼핑하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무신사 제 |
무신사는 기존 큐레이션 중심 모델에서 나아가 자체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 제작과 생산 단계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통합형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출발한 무신사가 브랜드·생산·유통까지 영역을 넓히며 E2E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무신사 스탠다드는 지난해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한 4700억 원 수준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의류 외 뷰티·홈 카테고리 확장도 성과를 내며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진행 중이다.
패션그룹형지도 조직 개편을 통해 E2E 전략 강화에 나섰다. 회사는 크로커다일레이디·샤트렌·올리비아하슬러 등 여성캐주얼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품과 영업 기능을 통합 운영하는 체제를 도입했다.
여성캐주얼 상품본부장인 황숙현 상무가 상품과 영업을 동시에 총괄하며 기획·생산·유통·매장 운영 전 과정을 하나의 리더십 아래 연결하는 구조다. 시즌 기획 단계부터 영업 전략을 반영하고 매장 현장 피드백을 즉시 상품 기획에 반영해 상품 적중률과 시장 대응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시장에서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느냐가 곧 경쟁력"이라며 "데이터와 시스템을 기반으로 브랜드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기업일수록 시장 대응력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패션기업 경쟁은 개별 역량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통합하느냐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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