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업황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로 얼어붙었던 건설채 시장에 온기가 감지되고 있다. 새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나란히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다. 시장에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금 쏠림 현상이 한층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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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가 연초 공모채 시장에서 흥행을 거뒀다. 성공적인 사업 포트포리오 재편 효과가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1일 실시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액 1700억 원의 5배를 웃도는 9100억 원의 주문을 받았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보다 1600억 원 늘린 3300억 원으로 발행 규모를 증액했다.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700억 원 모집에 2800억 원, 3년물 700억 원 모집에 4900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5년물 300억 원 모집에도 1400억 원이 유입됐다. 전 구간에서 고른 수요를 확보하며 투자자 신뢰를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 역시 흥행 릴레이에 가세했다. 지난 12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1500억 원의 6배가 넘는 1조210억 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1년물 300억 원에 1720억 원, 1.5년물 500억 원에 3550억 원, 2년물 700억 원에 4940억 원이 각각 몰리는 오버부킹을 기록했다.
공모 회사채는 기업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공공에게 발행 계획을 오픈해 모집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업황이나 발행 기업에 대한 신뢰가 낮을 경우 수요예측 단계에서 미매각이 발생하는 리스크도 있다. 특히 건설채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주택 경기 둔화와 PF 부실 우려 등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그럼에도 두 회사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한 배경으로는 사업 다각화에 따른 체질 개선이 꼽힌다. 전통적인 주택·토목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에너지·첨단 산업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며 수익 기반을 다변화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대대적인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총매출에서 플랜트·뉴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2%로, 2024년 20.7% 대비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주택 경기 변동성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비주택 부문의 비중을 확대해 수익 구조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다.
SK에코플랜트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중심으로 체질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반도체 소재 기업 4곳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사업 기반을 강화했다. 또 김영식 대표가 올해 신년사를 통해 'AI 인프라 솔루션 공급자'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양대 축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건설채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신사업 경쟁력을 확보한 건설사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별적 접근이 강화되고 있다"며 "체력과 신뢰도에 따라 향후 자금 조달 여건도 더욱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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