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대신 현금 택했다"… K배터리 3사 생존 위한 고육지책
10조 지분 매각부터 무급휴직까지…보릿고개 넘을 실탄 구축
공정 혁신·LFP 고도화에 자금 투입해 반등기 시장 판도 집중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정체 장기화로 외형 성장에 집중하던 기존 기업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고강도 재무 구조 개선과 선제적 현금 확보를 통한 내실경영 강화로 질적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

   
▲ SK온 서산 공장 전경./사진=SK온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내실경영에 힘쓰고 있다. 최근 SK온은 최대 30개월치 급여를 지급하는 희망퇴직과 최장 2년의 무급휴직을 전격 시행하며 조직 슬림화를 통한 고정비 감축에 나섰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에도 연간 9000억 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재무적 압박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전사적인 인력 구조조정이라는 고육지책을 통해 생존 비용을 최소화하고 라인 운영 효율을 극대화해 다가올 업황 반등 시기까지 버틸 튼튼한 기초 체력을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SDI는 북미 주요 고객사의 수요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삼성SDI는 회사가 보유한 장부가치 10조 원 규모의 비상장사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고금리 기조 속에서 외부 차입이나 무리한 유상증자 대신 보유 자산을 현금화해 필수 인프라 투자 재원을 차질 없이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4000억 원 규모의 원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안정적 운영 자금 조달을 공식화했다. 모회사인 LG화학 역시 자회사 지원 사격에 동참했다. 보유 지분율을 현행 79.4%에서 향후 5년간 70%수준으로 단계적 축소해 매년 약 1조8000억 원의 현금을 융통하는 밸류체인 자금 조달 계획을 확정했다.

이러한 행보는 단순한 위기 모면을 넘어 시장 구조의 질적 전환을 대비하기 위한 기업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과거 배터리 업계는 완성차 업체의 수주 물량을 선점하기 위해 조 단위의 대규모 공장을 다방면으로 짓는 양적 팽창에 몰두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면서 무리한 공장 가동이 오히려 고정비 폭탄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됐다. 결국 외형보다 내실을 다지고 차세대 기술력을 고도화하는 기업이 살아남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각 사가 확보한 현금은 밸류체인 내재화와 공정 혁신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들은 신규 공장 증설을 늦추는 대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건식 전극 공정 상용화나 보급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 고도화에 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특히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른 46-시리즈(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을 앞당겨 규격화된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는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선제적인 재무 방어벽 구축은 완성차 업체들과의 이해관계자 역학에서도 교섭력 우위를 가져오게 됐다. 극심한 전기차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완성차 업계는 차량 원가를 낮추기 위해 배터리 납품 단가 인하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하는 역학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배터리 3사가 외부 차입이 아닌 독자적인 생존 자금을 넉넉히 확보하면서 완성차 업계의 일방적인 단가 인하 요구나 무리한 적자 수주 강요에 끌려다니지 않을 방어 수단을 마련한 셈이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은 물량은 과감히 거부할 수 있는 협상력을 되찾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번 고강도 재무 개편은 혹한기를 버텨낼 체력을 기르는 동시에 다가올 시장 반등기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포석으로 평가한다.

배터리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지금 3사가 진행하는 지분 매각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시장 수요 둔화에 떠밀린 수동적인 후퇴가 아니라 미래 기술 패권을 쥐기 위한 전략적 웅크림에 해당한다"며 "현금 실탄을 충분히 비축하고 핵심 공정 혁신에 집중한 기업만이 향후 완성차 업계와의 단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장 판도를 완전히 뒤집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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