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롯데재단 의장 별세…신동빈 회장, 해외 출장 중 귀국해 조문
故 신영자 의장 타계로 창업주 세대 마침표…미래성장실 이끄는 '3세' 신유열 역할론 급부상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별세로 롯데 창업 세대를 이끌었던 1세대 경영진이 사실상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재계에서는 창업 세대의 완전한 막 내림과 함께 향후 롯데의 중장기 전략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신영자씨가 21일 별세했다./사진=롯데재단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 회장은 전날 저녁 10시께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빈소를 조문했다.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중이었지만 부고를 접하고 일정을 조정해 급히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도 함께 빈소를 찾았다.

업계에서는 신 의장의 타계로 한국 경제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롯데 1세대 경영진의 시대가 막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고 신격호 창업주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설립하며 시작된 롯데 그룹은, 1967년 롯데제과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한국 사업을 시작했다. 

1973년엔 호텔롯데를 설립하고, 이듬해 칠성한미음료(현 롯데칠성음료)를 인수하며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외자 유치가 국가적 과업이던 시기에 롯데 그룹이 국내 투자를 위해 일본에서 들여온 대규모 자본은 한국 경제 성장의 자양분이 됐다. 

   
▲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사진=롯데백화점 제공

신 의장은 롯데의 사업 다각화가 한창이던 1973년 호텔롯데에 입사하며 그룹 경영에 발을 들였다. 1979년 롯데백화점 설립에 참여하고, 1980년 국내 최초로 면세점을 도입하는 등 국내 유통업 전반의 발전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유통은 롯데 그룹의 핵심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까지 그룹을 지탱하는 대들보가 됐다.

롯데는 최근 유통·화학 중심 사업 구조의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국내 경제는 내수 중심의 유통업 기반을 흔들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핵심축이었던 화학 부문도 글로벌 업황 침체 및 공급 과잉 등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초창기 롯데를 이끌었던 1세대 경영진들의 시대에 마침표가 찍힌 가운데, 위기 속 ‘신동빈 리더십’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신동빈 체제’의 롯데는 기존 유통·화학 중심 사업 구조를 넘어 바이오와 수소 등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 회장은 기존 핵심 사업의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함께 적극적인 신사업 투자로 그룹 전반의 사업 구조를 재편해 중장기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비핵심 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 건전성 확보와 동시에, 확보된 재원을 신성장 동력에 집중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 롯데케미칼 수소연료전지발전소 울산하이드로젠파워 2호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


바이오 사업 핵심 계열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약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바이오 의약품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 2024년 7월 착공한 1공장은 올해 완공 예정으로, 롯데는 내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도 2030년까지 4조4000억 원을 투자해 6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기초소재 위주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과 수소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매출 3조 원, 영업이익률 10% 수준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그룹 미래 먹거리 확보 전략에서 ‘3세’ 신유열 부사장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그는 지주사 핵심 조직인 미래성장실과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중책을 맡으며 그룹 신사업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완공될 바이오 신공장 및 상업 생산 준비에서 신 부사장의 존재감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세대 경영인의 빈자리를 미래 세대가 채우고 있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룹 초창기부터 사업을 이끌던 원로들이 떠나면서, 롯데의 리더십은 온전히 신동빈 회장의 손에 달리게 됐다”면서 “현재 비상 경영 체제를 유지 중인 롯데가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는 신 회장의 리더십은 물론, 신사업과 신세대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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