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기자]내년 20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개시로 사실상 100일간의 선거레이스가 시작된 15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가 선거구획정을 위한 막판 담판을 위해 마주 앉았지만 결국 이견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특히 이날 비공개 회동에서 여야는 선거구 획정과 선거제도, 쟁점법안 등 서로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전혀 무관한 문제를 놓고 서로 '주고받기'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상식에서 벗어난 정치협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의 공천룰 기싸움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사태로 각자 '집안싸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총선의 기본조건마저 갖추지 못한 셈으로, 이에 따른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날 정 의장의 중재로 열린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양당 원유철·이종걸 원내대표 간 협상은 무려 6시간 50분간 진행됐지만 애초부터 평행선을 좁히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의원정수를 현행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숫자를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그만큼 줄이자는 데에는 이미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여야가 각자의 셈법으로 인해 '동상이몽'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이날 협상에서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개 법안,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처리에 합의할 경우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협상카드'를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위기 극복 등을 위해 이들 쟁점법안의 처리가 다급하다는 현실인식이 반영된 것이긴 하지만 서로 관련없는 사안을 무리하게 연계시킨 게 아니냐는 안팎의 지적이 나왔다.

또 야당은 선거구획정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선거제도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들이밀며 이를 여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어떤 합의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으로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일 경우 단순 계산만으로도 몇개의 의석수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만큼 '출발선'부터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협상을 한 것이다.

이날 협상 결렬로 인해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기형적인 사태가 현실화했으며, 특히 추후 협상 전망도 밝지 않아 다음달부터는 기존의 선거구가 사라지는 미증유의 총선판이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물론 이날 회동에서 예비후보 등록자에 대한 홍보물 배포 제한 규정 삭제 등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고 추후 재협상의 여지도 남기긴 했지만, 이미 선거구획정 국회 처리시한(11월 15일)을 한달이나 넘긴 여야가 이 문제를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도 연기하지 못한 채 협상 결렬을 선언함으로써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의장이 지난 10일 대국민 담화에서 선거구획정 지연을 언급하며 "신성한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려는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일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이마저 안 한다면 19대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었던 국회로 최악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여야는 이런 경고를 결국 무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