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20일 만의 600만, 추세+사회적 분위기 조성되며 조심스런 천만 가능성도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장항준 감독이 유해진과 만들어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당시 적잖은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한국 영화 최고 흥행작이었던 '좀비딸' 정도의 관객 동원을 기대했었는데, 이미 이를 넘어섰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와 관련한 사회적인 관심이 상영이 이어질수록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22일 582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최근 10년 한국 영화 최악의 해였던 2025년 최고 흥행 한국 영화 '좀비딸'의 564만 명을 거뜬히 넘겨버린 것이다.

당초 이 영화가 개봉하던 지난 4일 무렵, 최고의 화제성을 지니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박'에 대해서는 긴가민가 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화제성 면에서도 그 다음 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보다 높지는 않았다. 워낙 '휴민트'가 블록버스터였기에 '경쟁'을 예상하긴 했어도, '휴민트'를 멀찍이 따돌리고 흥행 독주를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드물었다.

   
▲ '왕과 사는 남자'의 두 주역 장항준 감독(왼쪽)과 유해진 배우. /사진=(주)쇼박스 제공


개봉 이후 내내 박스오피스 1위를 할 때는 '경쟁작이 없으니 그러려니' 했는데, 11일 '휴민트'가 개봉하고 당일만 박스오피스 1위를 하다가 이튿날 '왕과 사는 남자'가 다시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자 극장가에서는 '이게 뭐지?'하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삽시간에 200만, 300만 관객을 넘어서더니 설 연휴를 지나면서 순식간에 500만 고지를 넘어 600만의 턱밑까지 오자 개봉 당시에는 "천만은 택도 없다"던 반응이 조금씩 달라졌다. 

게다가 설 연휴 기간인 17일 이재명 대통령이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현직 대통령의 관람은 분명 그 어떤 흥행 요소보다 강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계에서는 조심스레 '천만?'이라는 기대까지 하게 된 것.

물론 최근 5년 내 개봉했던 한국 영화 중 천만 관객을 이룬 영화들에 비하면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속도는 다소 늦다.

관객 600만 돌파 시점을 보면, 우선 지난 2022년에 개봉한 '범죄도시 2'(누적 관객 1270만)는 12일이 걸렸다. 이듬해인 2023년 천만 영화인 '범죄도시 3'(누적 관객 1068만)와 '서울의 봄'(누적 관객 1312만)은 12일과 18일이 걸렸다. 그리고 2024년 '파묘'(누적 관객 1191만)와 '범죄도시 4'(누적 관객 1150만)는 각각 11일과 9일이 걸렸다. 

'왕과 사는 남자'가 23일 600만 관객을 넘겼으니 개봉일로부터 20일이 걸린 셈이다. 앞선 천만 영화들과 비교하면 600만 도달 시점이 일주일 이상 더 걸렸다. 숫자가 얘기해주는 추세로는 그래서 천만 관객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숫자 이상의 기세가 보인다. 개봉 후 첫 주말인 지난 7일과 8일 관객은 각각 32만 7000명과 30만 8000명이었다. 그리고 설 연휴 기간인 14일부터 18일까지 35만 7000명, 46만 5000명, 53만 7000명, 66만 1000명, 그리고 65만 3000명으로 일 관객수 증가가 두드러졌다. 

   
▲ '택도 없다'던 '왕과 사는 남자'의 천만 관객이 '택도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극장가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그리고 지난 주말인 21일과 22일, 설 연휴가 지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하루 관객 수는 58만 1000명, 56만 8000명을 기록하는 등 설 연휴 못지 않은 관객이 '왕남'을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던 것이다.

사실 최근 영화 관람의 환경이 급속하게 바뀌어서 영화관 관람보다 집에서 OTT 등을 통한 관람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의 메머드 OTT는 물론 티빙이나 웨이브 등 토종 OTT까지 드라마나 영화 제작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영화관 관람 문화는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해 한국 영화 흥행 1위였던 '좀비딸'이 고작 560만 명을 겨우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던 것은 바로 그런 영화 관람 환경의 극심한 변화를 대변하는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는 흥행 영화의 필수 조건인 '재미', '화제성', '입소문'에 사회적인 분위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무튼 600만을 넘긴 '왕과 사는 남자'가 2년만의 천만 영화로 가기에는 아직 요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의 N차 관람 또는 적극적인 입소문이 효과적으로 결합해준다면, 이제는 '천만 영화'를 욕심낼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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