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AI(인공지능) 열풍으로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고사양 PC를 구축해 게임을 즐기던 유저들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 고성능 그래픽카드(GPU)에 이어 램, SSD까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스팀과 같이 PC 위주의 소비에서 콘솔 시장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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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메모리를 비롯한 PC 부품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사양 게임을 PC로 즐기던 유저들의 이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PC용 메모리, 스토리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조립 및 업그레이드 비용이 이전보다 50만~100만 원 가량 상승했다.
삼성전자 DDR5 16GB 기준 최저가는 지난해 9월 6만9000원대에서 12월 19만8000원으로 오른 데 이어지난 1월 말에는 40만7000원까지 상승했다. 고성능 게임 구동을 위해 동일 제품 두 개로 32GB를 구성하는 점을 감안하면 램 비용만 80만 원이 넘는 셈이다.
여기에 1TB급 SSD와 중상급 GPU까지 더해질 경우 200만 원대 중반이면 가능하던 게이밍 PC 견적이 300만 원 이상으로 뛰게 된다.
이 같은 칩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소비자용 PC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AI 열풍으로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HBM(고대역폭메모리)와 서버용 SSD를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수익성잉 높은 제품 위주로 생산 라인을 재편한 데 따른 영향이다.
AI학습에 필수적인 HBM은 일반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많고 수익성도 높은 만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은 관련 투자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해당 과정에서 PC·모바일용 범용 D램과 SSD용 낸드 생산이 후순위로 밀려 공급이 줄어드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일반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최대 60%까지 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급 구조가 꼬이면서 가격 상승이 단기간에 끝나기 어렵다는 관측도 우세하다. 데이터센터가 올해 생산되는 메모리 칩의 70%를 소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램 대란’이 2029년 전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HBM 메모리 수요가 강해 범용 메모리까지 도미노 인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사양 게임을 주로 즐기던 게이머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고사양 AAA 신작을 최고 옵션으로 즐기기 위해 수 백만 원을 들여 PC를 새로 맞추기 보다 차세대 콘솔이나 휴대용 게임기와 구독형 서비스를 택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로 PC 조립을 문의하던 고객이 견적서를 받아본 뒤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나 닌텐도 스위치2 등 콘솔 쪽으로 방향을 트는 사례도 적지 않다.
또한 비교적 비싸다는 반응이었던 고급형 콘솔의 경우 메모리값 폭등 이후에는 오히려 상대적 가성비가 부각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콘솔 본체와 게임 몇 편, 구독형 서비스까지 합쳐도 고사양 게이밍 PC 한 대 구성 비용보다 낮게 나오면서 “PC 게임 난민을 콘솔 시장이 수용하고 있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GTA6, 국산 AAA 콘솔 신작 등 굵직한 기대작이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하드웨어 가격 부담이 콘솔 시장 성장세에 추가 동력을 제공한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게임과 구독형 PC 게임 서비스도 수혜처로 꼽힌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고성능 GPU와 대용량 메모리를 데이터센터 측이 부담하고 이용자는 비교적 저렴한 단말과 월 구독료만 지불하면 되는 구조다.
메모리값 폭등으로 고성능 PC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3년 치 구독료보다 PC 업그레이드가 더 비싸다”는 계산이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역시 HBM·서버용 D램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 서비스 요금 인상 압박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메모리 가격 충격은 플랫폼별 수익 구조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은 모바일 매출 비중이 60% 안팎으로 높지만 PC·콘솔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플랫폼 다변화 흐름이 관측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메모리가 (PC 게임 시장 접근) 어려움을 줄 수 는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다"라며 "최근 온라인 게임에서 이탈하는 유저들이 콘솔 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었는데 게임성을 생각하는 유저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플러스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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