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사 8% 급락, PVC 판가 상승…스프레드 수익 극대화
정유사 화학 밸류체인 고도화…올해 실적 개선 정조준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글로벌 석유 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과 중국 화학 제품 수출 공세가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가 석유화학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통한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연료 생산을 넘어 석유화학 통합 설비를 앞세운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에 돌입했다.

   
▲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사진=에쓰오일 제공


26일 미국 에너지 관리청(EIA)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석유 시장은 310만 배럴 수준의 초과 공급이 고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브라질 등 주요 산유국들의 증산과 베네수엘라 수출 재개가 겹치며 국제 유가는 하향 안정화 흐름을 구축할 전망이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은 원유 도입 원가를 낮추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석유 제품 최종 판매 가격 인상을 억누르는 시장 구조를 형성했다. 결과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핵심 수익 지표인 복합정제마진은 극적인 상승 없이 일정한 박스권에 갇혀 정체하는 하방 경직성 국면에 진입했다.

여기에 중국발 공급 과잉도 국내 정유사들의 밸류체인 혁신을 강제했다. 중국은 범용 석유화학 제품 물량을 아시아 수출 시장으로 밀어내고 있다. 글로벌 원유 공급과잉에 더해 중국발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서 단순 범용 화학 제품 수출만으로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정체라는 시장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원유 정제부터 화학 제품 생산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마침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으로 화학 기초 원료인 납사 가격이 전주 대비 8% 급락하며 밸류체인 전환에 동력을 제공했다. 반면 아시아 시장 전방 수요 회복으로 폴리염화비닐(PVC)과 고부가합성수지(ABS) 가격은 각각 5.8%, 2.3% 올랐다. 원가는 낮추고 판가는 높이는 스프레드 확대 구간이 열린 셈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완공을 앞둔 초대형 석유화학 시설인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전체 생산 물량 중 석유화학 비중을 기존 12%에서 25% 수준까지 대폭 끌어올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원유를 에틸렌 등 석유화학 원료로 직접 전환하는 최첨단 공법을 상용화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복합분해시설(MFC)을 전면에 내세워 비정유 부문의 밸류체인을 고도화했다. 납사 물량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순수 화학사와 달리 정유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와 액화석유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교차 투입해 원가를 한계치까지 낮추고 스프레드 수익을 극대화하는 밀착 대응에 나섰다.

HD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 HD현대케미칼의 중질유 기반 석유화학설비(HPC)를 가동하며 시장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정제 과정에서 남는 값싼 찌꺼기 기름을 화학 설비 원료로 직접 투입해 올레핀을 생산하며 경쟁사 대비 우수한 원가 구조를 확립했다. 여기에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기반의 순환 경제 사업을 병행하며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를 높였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와 화학 그리고 액화천연가스 물량 도입으로 이어지는 통합 밸류체인의 수익성을 극대화해 전사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강화하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돌입했다.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을 중심으로 범용 화학 제품 위주의 한계 설비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초과 공급 시장에서의 근원적 생존 능력을 키워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과 중국의 자급화 확대로 전통적인 정제 사업과 범용 화학 사업이 한게에 직면했다"며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정유사들이 고부가 시장을 선점하며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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