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세계 주요국 주식시장 중에서 단연 우리의 코스피는 이른바 '불장 오브 더 불장'으로 불린다. 1년 여 전 2500선에서 시작한 코스피가 그 사이 앞자리를 4번 바꿔가며 25일 마침내 6000을 돌파했다. 이 정도 가파른 지수 상승의 예를 주요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코스피 '불장'을 닮은, 어쩌면 코스피 '블장'보다 더 뜨거운 흥행 '불장'이 대한민국의 또 다른 '장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수요일인 지난 25일 누적 관객수 652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서 700만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추세를 보면 조심스레 이번 주말 800만 돌파도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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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가속도가 코스피의 '불장'과 비견될 만한 수준이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난 4일 개봉했을 당시 첫 주 평일 3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수요일인 4일 11만 7000여 명, 5일 9만 1000여 명, 그리고 주말이 시작되는 6일 12만 6000여 명이었다. 이 영화의 사전 예매량을 감안했을 때 극장가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치였다. 설 연휴 개봉작이지만 설 연휴가 열흘 남은 상황이어서 '대박' 조짐은 없었다.
그 주말에도 기대한 정도였다. 개봉 첫 토요일인 7일 32만 7000여 명, 8일 30만 8000여 명. 극장가에서는 한 주 뒤 개봉을 예정한 '휴민트'에 더 기대를 거는 목소리가 많았다. '왕과 사는 남자'는 그 뒤를 이어 총 관객 500만 동원이면 성공이라는 정도의 예상이었다.
양상은 '휴민트'가 개봉하고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다. '휴민트'가 개봉하기 이틀 전인 9일 '왕과 사는 남자'는 9만 9000여 명으로 채 10만을 밑돌더니, 10일도 9만 5000여 명으로 비슷했다. '휴민트'가 개봉한 11일 11만 6000여 명을 동원해 개봉일과 거의 비슷했다. '휴민트' 여파로 12일은 8만 3000여 명, 그리고 두 번째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인 13일 13만 3000여 명이 들었을 때 개봉 초 예상이 굳어져 가는 추세였다.
문제는 설 연휴가 시작되고 나서다. 그야말로 '예고편'도 없이 '불장'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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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주말 800만 관객까지 내다보는 '왕과 사는 남자'는 슬슬 '천만'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주)쇼박스 제공 |
설 연휴 첫 날인 14일(토요일) 35만 7000여 명으로 전주보다 조금 올라간 관객수는 15일 46만 5000여 명으로 수직 상승했다. 계속 이어진 설 연휴인 16일 마침내 앞자리를 바꿔 53만 7000여 명이 '왕과 사는 남자'를 관람하더니 17일에는 또 앞자리를 바꿔 66만 1000여 명,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65만 3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설 연휴 5일 동안 270여 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불장'의 분위기는 그렇게 시작됐다.
설 연휴를 지낸 후에도 이전 주와는 흥행 양상이 다르다. 목요일과 금요일인 19일과 20일은 각각 23만 9000여 명, 26만 4000여 명으로, 첫 주 같은 요일에 비하면 2배를 훌쩍 넘는 흥행 신장세였다. 세 번째 주말인 21일과 22일은 각 58만 1000여 명과 56만 8000여 명의 관객이 들어 설 연휴 수준을 유지했다.
그리고 평일로 접어든 23일부터 25일까지 19만 5000여 명, 19만 4000여 명, 30만 9000여 명으로 설 연휴가 아니었던 주의 같은 요일보다 2~3배 수준의 관객들이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영화관을 찾은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25일까지 652만여 명을 동원한 '왕과 사는 남자'가 이번 주말 700만을 넘기는 것은 명약관화하고, 주말 하루 평균 50만이 넘는 추세를 봐서는 3·1절 대체공휴일 3월 2일까지 800만 명을 넘기는 것은 단순한 기대를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그러니 여러 수치를 비교하고 추세를 가늠해서 "그래도 1000만은 어렵다"고 봤던 업계의 전망이 깨질 확률도 적잖아 보인다.
지난 해 600만을 넘긴 한국 영화가 한 편도 없었던 '비참'함이 생생한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가 2026년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은 물론 모처럼 '천만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줄 지 관심이 모인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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