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주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의 핵심인 재판소원제 도입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법왜곡죄 통과에 이어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헌법재판소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이번 개정안을 두고 사법 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회는 26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형법 개정안(법왜곡죄)을 처리한 직후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재판소원제)을 상정했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현행 제도는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해 잘못된 재판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보호에 공백이 있었다"며 "국가 권력으로부터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충실히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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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6일 국회에서 열린 2월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몫의 천영식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 후보자의 추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는 가운데 재판소원제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의 무제한 토론 시작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나고 있다. 2026.2.26./사진=연합뉴스 |
상정된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원의 확정판결이라도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 ▲기본권 침해가 명백한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헌재가 이를 인용해 재판을 취소하면 법원은 헌재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 특히 헌재가 최종 결정 전까지 재판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가처분 규정까지 포함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사법부는 즉각 들끓었다. 전국 각급 법원장들은 지난 25일 5시간에 걸친 임시 전국법원장회의를 마친 뒤 "사법제도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법안이 충분한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상황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법원장들은 특히 재판소원제에 대해 "재판 확정의 실질적 지연으로 국민 피해가 우려되고 법적 불안정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예상된다"며 "법원, 헌법재판소, 국회, 정부 등 관계기관과 이해관계인이 참여하는 폭넓은 논의와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무진에서도 우려가 쏟아졌다. 유정우 부산고법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의 효력이 무력화되고 헌재의 업무 부하가 급증할 것"이라며 "가처분 규정이 소송 패소자의 집행 지연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을 '사법 3대 개악'으로 규정하고 즉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돌입했다. 첫 주자로 나선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은 재판소원제가 가져올 법질서 혼란과 사법부 독립 침해를 비판하며 파상공세를 폈다.
하지만 민주당은 흔들림 없는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법왜곡죄와 재판소원법은 어제 결정된 당론대로 처리하기로 했다"며 재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24시간 뒤인 27일 오후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표결 처리를 마무리한 뒤,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까지 순차적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미디어펜=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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