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배우 최우식은 늘 '규정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진 배우로 통한다. 12년 전의 영화 '거인'에서 보여준 위태로운 소년의 얼굴로 혜성처럼 등장해 아카데미를 석권한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그는, 이후 로맨틱 코미디와 장르물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그런 그가 최근 개봉한 영화 '넘버원'을 통해 이전과는 또 다른 깊이의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그간 최우식의 행보는 극과 극을 달렸다. 드라마 '그 해 우리는', '멜로무비' 등에서 보여준 현실 밀착형 설렘이 청춘의 싱그러움을 대변했다면, 영화 '마녀'나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의 서늘한 눈빛은 그가 가진 연기 스펙트럼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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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넘버원'에서 이전 작품과 전혀 다른 결의 연기를 보여준 최우식. /사진=(주)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
하지만 이번 '넘버원'에서 최우식이 선택한 얼굴은 앞선 작품들과 궤를 달리한다. 그가 맡은 '하민'은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죽음까지 남은 숫자가 줄어드는 초현실적 상황에 직면한 인물이다. 판타지적 설정을 바탕에 두고 있지만, 최우식은 이를 자극적으로 풀어내는 대신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이고 뜨거운 감정에 집중했다. 기발한 설정에 매몰되지 않고, 죽음을 앞둔 엄마를 지키려는 아들의 절박함을 가장 인간적인 온도로 그려낸 것이 이번 연기 변신의 핵심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이번 작품 속 최우식의 연기를 두고 "판타지를 현실로 믿게 만드는 힘"이라며 입을 모은다. 보이지 않는 '숫자'라는 장치를 관객들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최우식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감정 표현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특히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췄던 장혜진과 다시 한번 모자로 만나 선보인 케미스트리는, 전작의 익숙함을 지워버릴 만큼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보여준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나 장르물 속 날 선 긴장감을 넘어, '넘버원'의 최우식은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성숙한 연기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최우식은 매 작품 전혀 다른 결의 인물을 완성해 오면서도, 그 기저에는 항상 관객이 이입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놓지 않는다. '넘버원'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최우식이라는 배우가 단순히 장르를 잘 소화하는 것을 넘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의 서사'를 주도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음을 다시 입증했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끄집어내는 그의 연기 스타일은 앞으로 그가 도전할 무궁무진한 캐릭터들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청춘의 한 단면을 넘어 이제는 인생의 깊은 골짜기까지 연기할 수 있게 된 최우식. '넘버원'에서 보여준 그의 새로운 얼굴은 그가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대체 불가능한 배우임을 다시금 각인시키기에 충분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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