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연극 무대의 성인(聖人)'으로 불리는 배우 신구의 열정에는 마침표가 없다. 아흔의 나이가 무색하게 무대 위에서 가장 뜨거운 숨을 내뱉는 그의 눈빛이 이번에는 대학로 연습실을 집어삼켰다.
장진 감독이 10년 만에 선보이는 정통 상황 코미디 '불란서 금고 – 북벽에 오를 자 누구더냐'(이하 불란서 금고)가 3월 7일 개막을 앞두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연습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단연 배우 신구의 존재감이다. 그는 텍스트 한 줄, 침묵 한순간조차 허투루 넘기지 않는 집중력으로 현장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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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진 감독의 정통 코미디 연극 '불란서 금고'가 연습실 모습을 공개했다. 단연 아흔 살의 현역 배우 신구의 열정이 돋보인다. /사진=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
이번 작품은 어느 은행 지하의 비밀 금고를 열기 위해 모인 다섯 인물의 숨 막히는 하룻밤을 다룬다. 신구는 특유의 절제된 카리스마와 노련한 완급 조절로 극의 중심축을 잡는다. 장진 연출은 "밤 12시, 모든 전기가 나가면 금고를 연다"는 설정 아래, 인물 간의 미묘한 거리감과 대사의 속도, 심지어 침묵의 길이까지 세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특히 신구는 장진 연출의 디렉팅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동시에, 본인만의 해석을 더해 장면의 밀도를 높이고 있다. 연습실 관계자에 따르면, 신구는 런스루(실전과 같은 전체 연습) 반복 과정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대사의 간격과 호흡을 정교하게 다듬으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장진식 코미디' 특유의 리듬감이 신구라는 거장의 호흡과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지가 이번 공연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연극 '불란서 금고'는 신구 외에도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12명의 연기파 배우가 가세해 '빈틈없는 무대'를 예고한다. 맹인, 은행원, 교수, 밀수꾼, 건달 등 서로 다른 목적과 정체를 숨긴 채 모인 이들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극 전반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성지루, 장현성, 정영주, 장영남, 최영준, 조달환 등 베테랑 배우들이 신구와 호흡하며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주종혁, 김슬기, 금새록, 안두호 등 젊은 피들이 가세해 활력을 불어넣는다. 이들은 서로를 의심하면서도 공조해야만 하는 모순적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작은 균열과 심리적 갈등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100분간 관객을 몰입시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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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연극에는 신구 외에도 성지루 장현성 장영남 정영주 최영준 조달환 금새록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다. /사진=장차, 파크컴퍼니 제공 |
배우 신구의 투혼과 장진 감독의 복귀가 맞물리며 관객들의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다. 프리뷰 공연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되었으며, 본 공연 역시 주요 회차들이 빠르게 잔여석을 줄여가고 있다. 10년 만에 돌아온 정통 상황 코미디라는 장르적 매력에 '신구'라는 거장이 선사하는 신뢰도가 더해진 결과다.
작품은 혐오와 의심이 소문을 통해 증폭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코미디라는 외피 속에 날카롭게 숨겨두고 있다. 아흔의 나이에도 "무대 위에서 죽을 곳을 찾겠다"는 각오로 연습에 임하는 신구의 진심이 장진의 재기발랄한 서사와 만나 어떤 '인생 연기'를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극 '불란서 금고'는 3월 7일 서울 대학로 NOL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막을 올린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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