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블라디보스토크의 거친 풍광과 첩보전의 긴장감을 담아낸 영화 '휴민트'가 극장가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화려한 제작진과 소재로 기대를 모았던 것에 비하면 초반 흥행 성적은 다소 저조한 편이지만,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 사이에서는 작품의 리얼리티를 완성한 조연 배우들의 열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흥행 수치는 차갑지만, 스크린 속 배우들의 에너지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의 몰입감을 책임지는 일등 공신은 국정원 요원 ‘임 대리’ 역의 정유진. 넷플릭스 시리즈 '셀러브리티'와 '블랙의 신부'에서 세련되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냉철한 요원의 면모 뒤에 숨겨진 인간적인 불안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첩보물 특유의 건조한 분위기 속에서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음에도, 정유진은 한층 깊어진 감정선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으로 극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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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진과 이신기 등 탄탄한 조연들의 열연으로 실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휴민트'. /사진=NEW 제공 |
북한 영사관 직원 ‘금태’ 역을 맡은 이신기의 존재감도 묵직하다. JTBC 드라마 '런온'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신세경과 호흡을 맞추며 반가움을 더했다. 이신기는 절제된 대사 속에서도 날 선 눈빛 하나로 남북 간의 팽팽한 대립각을 세운다. 첩보전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한 듯, 그의 연기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극 전체에 묘한 압박감을 불어넣는다.
신선한 마스크로 관객의 시선을 강탈한 강하경은 북한 영사관의 ‘은표’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폭발적인 액션 시퀀스에서 보여주는 그의 에너지는 극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여기에 ‘동철’ 역의 이준영 또한 안정적인 호흡으로 조연진의 시너지를 완성하며, 자칫 전형적일 수 있는 캐릭터에 입체적인 숨결을 불어넣었다.
올해 첫 한국 영화 블록버스터인 '휴민트'는 현재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속에 다소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실관람객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평단과 관객들은 "조연 배우 한 명 한 명이 주연급의 몰입감을 선사한다", "배우들의 열연 덕분에 블라디보스토크의 차가운 공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다"는 등 연기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러한 호평은 영화가 가진 치밀한 서사와 조연들의 앙상블이 잘 맞물린 결과다. 비록 수치상의 흥행은 아쉬움을 남길지라도, 정유진, 이신기, 강하경 등 신뢰감 있는 배우들이 보여준 ‘몸을 던진 연기’는 영화 '휴민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임이 분명하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이 저조한 성적표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조연들의 분투가 돋보이는 이 영화의 뒷심에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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