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과 대형 협력 사업 본격화
한일 바이오2.0 통해 국내 벤처와 빅파마 공동 R&D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교두보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과는 현지 빅파마와 국내 바이오벤처와의 공동 R&D(연구개발)에 공식 나섰고 21년 만에 이뤄진 룰라 브라질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는 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 브라질에서 대형 협력 사업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정상외교를 고리로 동북아와 중남미를 동시에 묶어 글로벌 진출 폭을 넓히 외연 확대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벤처 도약 기회…일본 빅파마와 공동 개발 추진

   
▲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26일 일본 안다즈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제약바이오 글로벌R&D MOU 체결식’에서 서명한 뒤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26일 일본 도쿄 안다즈 호텔에서 한·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R&D 업무협약(MOU) 체결식과 한·일 바이오 에코시스템 라운드테이블, 한·일 바이오 2.0 밋업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기조에 따라 스타트업·바이오 분야 협력을 단순 교류 수준에서 공동 연구와 투자 연계 등 실질적 성과 창출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한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협약에는 아스텔라스, 오노제약, 마루호 등 일본 주요 제약사 3곳이 참여했다. 해당 기업들은 항암·면역·피부질환·희귀질환 등 각자 강점을 가진 영역에서 필요한 신약 개발 기술 수요를 제시한다.

중기부는 이에 맞는 역량 있는 국내 바이오 중소·벤처기업을 발굴해 공동 연구와 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공동연구 이후 임상·상업화 단계에서의 투자 및 사업 제휴까지 염두에 둔 협력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같은 자리에서 열린 한·일 바이오 2.0 밋업과 라운드테이블에는 일본 벤처캐피털(VC)인 글로벌브레인, DCI파트너스 등이 참석해 한국 바이오벤처 투자 전략을 소개하고 일본 시장 진출 전략 강의와 한국 기업의 기업설명회가 이어졌다. 일본 제약사와 VC가 먼저 기술 수요와 투자 의향을 제시하고 한국 정부가 여기에 맞는 기업을 매칭하는 리버스 피칭 형식이 적용된 것도 특징이다.

◆중남미 최대 시장 브라질…기업별 시장 전략 강화

   
▲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3일 청와대에서 한-브라질 공동언론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브라질에선 시장과 수요 측면의 교두보가 동시에 넓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한국·브라질 비즈니스 포럼과 보건 협력 양해각서 체결식은 룰라 대통령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성사됐다. 보건복지부와 브라질 보건부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룰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브라질 보건 협력 MOU’를 맺었다.

양국은 이를 통해 바이오의약품·백신 생산역량 강화, AI(인공지능)·원격의료 등 디지털 헬스 혁신, 첨단 치료제 연구·임상 협력, 보건의료 인력 양성 등에서 중장기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2015년 체결된 기존 MOU를 갱신하면서 협력 범위를 바이오헬스·디지털 헬스·첨단 치료제 등 미래 핵심 분야로 대폭 넓힌 것이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 SK바이오팜, GC녹십자MS, 젠바디, 옵토레인 등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한국·브라질 비즈니스 포럼에서 브라질 측 기업·기관과 잇따라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는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공공조달, 현지 생산·플랫폼 구축, 기술 협력까지 포함하는 전략적 진출이다.

브라질 의약품 시장은 인구 2억 명 규모의 공공의료 중심 구조로 중남미 최대이자 세계 10위권에 해당한다. 시장 규모로는 약 100조 원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브라질에서의 사업 성과가 중남미 전역으로 레퍼런스를 확장할 수 있는 시험대로 보고 있다.

각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브라질 공공조달과 민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며 후속 제품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현지 제약사 유로파마와 설립한 합작법인 ‘멘티스케어’를 앞세워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상업화와 AI 기반 뇌전증 관리 플랫폼 ‘제로’의 브라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진단 분야에선 젠바디와 옵토레인, GC녹십자MS 등이 현장진단 기기·시약 공급을 확대해 남미 공공의료 조달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동북아와 중남미 걸친 교두보…제도·인프라 뒷받침 필수
전문가들은 일본과 브라질 등과 진행되는 협력이 K-바이오의 글로벌 밸류체인을 입체적으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과의 협력이 신약 공동개발과 투자·사업화 연계를 아우르는 개발 및 자본 축이라면 브라질과의 협력은 공공조달·현지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한 시장과 수요 축이라는 해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쿄에선 일본 빅파마와 VC가 원하는 기술 수요를 명확히 하고 브라질에선 대규모 의약품·디지털 헬스 수요가 열리는 구조”라며 “국내 바이오 입장에선 개발, 투자, 시장 진입을 잇는 통로가 동시에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단발적인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국내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일 공동R&D의 성과가 실제 제품·기술이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상·규제 인프라와 세제·금융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업계는 브라질과의 협력에 맞춰 수출보험·공공조달 지원, 현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협의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정부 역시 K-바이오를 글로벌 5대 강국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 아래 CDMO(위탁개발생산) 초격차 유지, 앵커 바이오텍 육성, 소부장 국산화율 제고 등을 추진 중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한국과 일본 바이오 협력이 공동 연구 및 투자,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게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양국 공동의 실질 성과 창출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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