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에 나선다. 핵심 원자재의 지나친 중국 의존도가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돼온 만큼 탈중국 밸류체인 구축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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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배터리 업계가 핵심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며 탈중국 밸류체인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사진=제미나이 |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최근 남미와 북미, 아프리카 등 자원 부국과의 전방위적인 협력 전선을 넓히며 글로벌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해 특정 국가에 편중된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생존 전략이 본격화됐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중국에 대한 핵심 원자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고질적인 약점이 지적돼 왔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광물원자재법(CRMA) 등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높아지며 비중국산 원료 확보는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
특히 막대한 내수 시장과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은 CATL BYD 등 중국 경쟁사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한 원자재 조달 창구 확보가 시급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공급망 재편 압박이 거세지면서 중국산 광물 배제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과제가 됐다"며 "전세계 희토류 매장량 최상위권인 브라질과의 이번 협력은 원산지 규정 충족은 물론 중장기적인 원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3사는 정부의 외교적 지원을 등에 업고 맞춤형 조달 전략을 실행한다. 지난 23일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과 정상회담을 통해 체결한 핵심광물 협력 양해각서(MOU)는 밸류체인 확장의 핵심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배터리 3사는 희토류와 니켈 매장량이 풍부한 현지 광산 기업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거나 지분 투자를 추진하는 방식으로 업스트림(광물 채굴 및 정련) 가치사슬을 내재화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시장 내 생산 거점을 운영하는 만큼 IRA 원산지 규정 충족에 사활을 걸었다. 단순 광물 수입을 넘어 현지 주요 광산 기업과 합작 투자를 단행하거나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을 대응에 나섰다. 자원 채굴부터 배터리 셀 제조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 효율을 극대화해 북미 시장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목표다.
삼성SDI는 하이니켈 배터리 중심의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어 고순도 원료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 유망한 핵심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직접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밸류체인의 불확실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원재료가 필수적인 만큼 자원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개입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은 글로벌 생산 능력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어 안정적인 광물 조달이 절실하다. 우호적 통상 환경을 적극 활용해 자원 부국의 광물 제련 및 채굴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원자재 조달 라인 다변화에 속도를 낸다.
자원 영토 확장은 남미에 국한되지 않고 전방위로 다변화됐다. 북미 시장 공략의 필수 거점인 캐나다를 비롯해 호주와는 일찌감치 핵심광물 파트너십을 맺고 민간 기업 간의 합작 투자를 활발히 진행했다. 이를 통해 IRA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면서도 고품질 리툼, 니켈을 수급할 수 있는 공급망을 완성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낮은 우방국 중심의 자원 동맹은 K-배터리의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흥 자원 부국으로 떠오른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과의 협력도 성과를 냈다. 카자흐스탄과는 리튬 공동 탐사 협약을 맺고 개발 우선권을 확보했다. 미개척 시장에 대한 선제적 투자는 향후 글로벌 자원 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한 자원 거래를 넘어선 이해관계자들 간의 긴밀한 역학 관계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핵심광물을 보유한 신흥국들은 단순한 원료 수출을 넘어 자국 내 제련 및 가공 시설 확충을 원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정 기술력과 자본을 제공하고 자원 부국은 양질의 광물을 제공하는 상호 호혜적인 생태계가 조성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광물 수입을 넘어 현지 광산 지분 투자와 공동 탐사 등 밸류체인 전반을 직접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자원 확보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며 "민관이 합동해 구축한 핵심광물 동맹이 실질적인 조달 계약으로 속도감 있게 이어지면 K-배터리의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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